14일 오전 태안 신두리 사구에서 국립생태원 연구진이 소똥구리(원안)를 소똥에 방사하고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어른 손톱만 한 크기의 소똥구리들이 소똥 무더기로 향했다. 소똥구리가 물구나무를 서더니 뒷발로 소똥을 뭉쳐 굴리기 시작했다. 경단 모양의 소똥을 굴리다 뒤뚱거리고 뒤집혔다.
14일 오전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해안사구(천연기념물 제431호). 국립생태원과 태안군,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들이 소똥구리 200마리를 방사했다. 환경부의 ‘멸종위기 야생동물 보전종합계획’에 따라 국립생태원이 소똥구리의 서식지 복원을 위해 진행한 사업이다. 소똥구리는 아시아·유럽에서 광범위하게 서식했으나 최근 대부분의 지역에서 절멸되거나 멸종 위기에 있으며, 국내에서도 1971년 이후 공식적으로 발견된 기록이 없다.
이날 방사한 소똥구리들은 몽골에서 들여온 개체에서 인공 증식한 첫 자손들이다. 1971년 이후 종적을 감춘 우리나라 소똥구리와 외형이나 유전적인 특성이 일치한다고 한다. 국립생물자원관은 2016년부터 복원종 선정에 나서 유럽·중앙아시아의 소똥구리 가운데 몽골 소똥구리를 선정했다.
앞서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태안군은 2020년부터 신두리 사구에 소를 방목해 소똥구리 서식 환경을 조성하고 제주 뿔소똥구리를 풀어 적응 가능성을 연구했다. 강연수 태안군 주무관은 “소 5마리를 방목하고 있다. 구충제 등을 먹이면 똥에 약 성분이 섞여 배출되는데 소똥구리에게 치명적이라고 해 소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똥구리를 방사한 신두리 해안사구는 통보리사초, 모래지치, 갯방풍 등 희귀 식물을 비롯해 종다리와 금개구리 등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탐방로 외에는 출입이 통제돼 환경 훼손 우려가 적고 예전에 소똥구리가 서식하던 곳이어서 방사 최적지로 선택됐다.
박종대 국립생태원 곤충·무척추동물팀 전임연구원은 “소똥구리의 수명은 평균 3년이고, 10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월동을 한다”며 “올겨울이 지나고 생존율과 번식 상황 등을 지켜봐야 복원의 성공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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