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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청이 수수료 없이 대신 판매…“상추로 500만원 더 벌었어요”

등록 2023-10-19 08:00수정 2023-10-19 09:01

‘청양 로컬푸드’ 영세농민 대상
잉여 농산물 모아 급식 등 납품
안전 먹거리 보장해 소비처 늘어
김경애(가운데)씨가 지난 12일 충남 청양군 대치면 비닐온실에서 청양군 농촌공동체과 담당 직원들에게 출하를 앞둔 공심채를 들어 보이고 있다. 송인걸 기자
김경애(가운데)씨가 지난 12일 충남 청양군 대치면 비닐온실에서 청양군 농촌공동체과 담당 직원들에게 출하를 앞둔 공심채를 들어 보이고 있다. 송인걸 기자

“공심채를 키우면 돈이 돼요. 남편 몰래 그 돈 모아 비상금으로 써요. 제법 쏠쏠해요.”

지난 12일 충남 청양군 대치면의 비닐온실에서 만난 김경애(54)씨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가 가꾸는 100평짜리 온실에는 청양군의 푸드플랜에 따라 재배하는 쌈 채소와 대파, 공심채, 풋고추, 오이, 가지, 방울토마토, 양파가 파릇파릇했다. 그는 4년 전 읍내에서 이 마을로 이사 온 뒤 푸드플랜에 가입했다.

“직매장에 농산물을 내려면 청양군과 청양지역활성화재단의 교육을 받고 푸드플랜 농민이 돼야 해요. 작물은 ‘소량 다품종’ 생산을 해야 잘 팔린다는 권유에 따랐죠.”

농민들은 푸드플랜 재단, 군 농촌공동체과와 상의해 재배할 품목과 면적을 정하고 친환경 농법으로 작물을 생산한다. 군은 농작물을 수거해 안전성 검사 등을 한 뒤 상품화해 직매장에서 판매하거나 급식 학교·기관 등으로 보낸다.

김정숙(66·청양군 목면)씨는 “농사지어서 먹고살기 힘들다고 하는데 푸드플랜에 참여했더니 하루하루 통장에 돈이 쌓인다. 올해 상추 판매 수익만 500만원이 넘었다. 아랫집 어르신은 1년에 2천만원도 더 번다”고 귀띔했다. 그는 “전에는 농산물이 남으면 이웃과 나누면서 정도 싹텄는데, 푸드플랜을 하고 나서는 못난이 농산물도 내다 파느라 인심이 사나워졌다”며 깔깔 웃었다.

김정숙씨가 12일 충남 청양군 목면에 있는 자신이 가꾸는 비닐온실에서 수확한 상추가 싱싱하다고 자랑하고 있다. 김씨는 올해 상추로만 500만원을 벌었다고 밝혔다. 송인걸 기자
김정숙씨가 12일 충남 청양군 목면에 있는 자신이 가꾸는 비닐온실에서 수확한 상추가 싱싱하다고 자랑하고 있다. 김씨는 올해 상추로만 500만원을 벌었다고 밝혔다. 송인걸 기자

‘푸드플랜’은 충남 청양군이 진행하는 로컬푸드 사업의 새 이름이다. 이 사업은 중소·영세 농민이 텃밭에서 기른 소규모 농산물을 군(지역활성화재단)이 수집해 판매하고 수익을 생산자에게 돌려준다. 유통 마진이 없어 판매금의 약 95%가 농민 몫이니 도매시장보다 싸게 팔아도 남는 게 많다. 군의 목표는 1천 농가가 월 100만~150만원, 연간 1천만원 이상의 수익을 거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군은 농촌공동체과 산하에 청양지역활성화재단을 설치했다. 또 대치면 탄정리 2만여㎡ 터에 농산물종합가공센터, 공공급식물류센터, 안전성분석센터, 농산물전처리센터, 산채가공센터, 구기자산지유통센터, 친환경가공센터 등을 갖춘 먹거리 종합타운도 완공했다. 농산물 수집·공급 과정을 단축하고 효율화하기 위해서다.

푸드플랜 농산물을 공급받는 곳은 연간 소비 규모가 26억원대인 학교급식, 각각 12억원 정도인 취약계층 복지급식과 공공기관 급식, 대전·청양의 직판장, 온라인 쇼핑몰 ‘칠갑마루’, 대전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철도공사 등 228곳에 이른다. 대전 유성의 직판장은 2020년 9월 문 연 뒤 입소문을 타고 지난달까지 29만명이 방문해 84억원어치 농산물을 구매했다. 청양 로컬푸드가 인기를 끄는 것은 싱싱하고 안전성이 보장되는데다 값도 도매시장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김영관 군 농촌공동체과장은 “푸드플랜 가입 농민들이 군과 상의해 재배하니 작물별로 출하 시기와 생산량을 예측할 수 있어 소비처에 공급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며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려고 농민에게는 친환경 농법 등을 권유하고 500여가지 안전성 검사를 하고 있다. 농민이 도매가보다 싸게 납품하면 군이 차액을 지원하는 제도를 시행해 소득을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충남 청양군이 지난 10일 대치면 탄정리에서 먹거리 종합타운 2단계 준공식을 열고 있다. 청양군 제공
충남 청양군이 지난 10일 대치면 탄정리에서 먹거리 종합타운 2단계 준공식을 열고 있다. 청양군 제공

청양군의 푸드플랜 사업은 충청남도가 2014년 로컬푸드 사업을 선도하던 전북 완주에 공무원들을 파견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도 농정국장이 현 김돈곤 군수다. 그는 2018년 청양군수에 당선되자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열고 2020년까지 먹거리 종합타운 1단계 준공, 지역활성화재단 설립, 군 전담조직인 농촌공동체과 신설로 푸드플랜을 궤도에 올렸다. 지난 10일에는 먹거리 종합타운 2단계가 준공됐다. 그동안 전국에서 200여 자치단체가 청양 푸드플랜을 시찰하고 갔다.

김 군수는 “청양 로컬푸드는 영세한 농민이 텃밭에서 키워 자급하고 남은 잉여 농산물을 군이 모아서 판매하고 수익을 돌려주는 것이다. 시골 특성상 월 100만~150만원을 벌면 생활할 만하다”고 말했다. 청양군은 판로를 확대하고 농가들이 계획 재배량을 지켜 생산하도록 관리해 농산물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고 청년들에게 귀농 기회도 제공할 계획이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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