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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 열고, 어르신 사진 찍어주고…부여는 ‘함께 살기’ 실험중

등록 2023-12-11 18:30수정 2023-12-12 11:32

부여를 바꾸는 시민의 힘…공익실험실 2년차
부여군공익활동지원센터 공익실험실 마을기록팀 팀원들이 9일 부여문화원에서 ‘기억해야 할 우리 부모님을 담았습니다’ 사진전을 열었다. 송인걸 기자
부여군공익활동지원센터 공익실험실 마을기록팀 팀원들이 9일 부여문화원에서 ‘기억해야 할 우리 부모님을 담았습니다’ 사진전을 열었다. 송인걸 기자

“나? 이길순이 아흔넷이유. 너무 오래 살았지….”

지난 9일 충남 부여문화원 제1전시실, 영상 속 백발 어르신이 자신을 소개했다. 인터뷰가 처음이어서인지 표정이 어색했다. 동네가 좋은 이유를 물었더니 “뭣보다 사람이 좋다. 그중에서도 아들·며느리가 최고다”라며 활짝 웃었다.

이날 부여문화원 제1·2전시실에서는 부여군 시민작가 16명이 촬영한 아주 특별한 사진전 ‘기억해야 할 우리 부모님을 담았습니다’가 막을 올렸다. 이 사진전은 부여군지역공동체활성화재단 공익활동지원센터가 선정한 공익실험실 6개 팀 가운데 마을기록팀이 9월 외산면 전장리를 시작으로 지난달까지 장암면, 규암면 등 6개 동네의 서른두집을 촬영한 사진과 영상 기록이다.

앵글은 어르신들의 전신 샷과 집 전경, 안방·주방·마루·장독대 등 마당까지 빠짐없이 담았다. 시민작가들은 이길순씨 등 서른한명의 영상도 제작했다. 등장인물은 다르지만, 인터뷰 내용은 한결같이 자식 자랑과 건강에 대한 염려였다. 촬영 현장은 늙은 부부의 깊은 정을 재확인하는 기회도 됐다고 한다. 시민작가 전미경씨는 “황옥순(외산면 전장리)씨는 남편 이종환씨가 애정 표현을 하자 ‘별일을 다 본다’며 감격했고, 이상호·김길자씨 부부는 상대를 ‘쉰내 난다’ 타박하면서도 ‘밖에서 안아보기는 처음’이라며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했다.

부여군공익활동지원센터 마을기록팀 팀원들이 9일 부여문화원에서 ‘기억해야 할 우리 부모님을 담았습니다’ 사진전이 개막하자 기뻐하고 있다. 송인걸 기자
부여군공익활동지원센터 마을기록팀 팀원들이 9일 부여문화원에서 ‘기억해야 할 우리 부모님을 담았습니다’ 사진전이 개막하자 기뻐하고 있다. 송인걸 기자

부여군공익활동지원센터 공익실험실 6개팀이 지난 2일 성과 공유회를 열고 있다. 송인걸 기자
부여군공익활동지원센터 공익실험실 6개팀이 지난 2일 성과 공유회를 열고 있다. 송인걸 기자

올해 공익실험실에 선정된 동아리는 마을기록팀과 풀마을 보자기장터, 가창오리 구조단, 찾아가는 소리마당, 부여 보드게임 모임, 여성청소년지원팀 등이다. 이들은 지난 2일 올해 활동 성과를 공유하는 ‘우리가 함께한 이야기’를 열었다. 풀마을 보자기장터는 초촌면 주민들이 한달에 한번 여는 농산물 장터다. 잉여 농산물을 판매하는 장터를 열어 사람이 모인다면 이웃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박은자씨는 “정말 장터가 될까 걱정했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다섯번 장을 여는 동안 방문객은 평균 50명, 매출액은 80만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가창오리 구조단은 백마강을 찾은 가창오리들이 주변 구조물의 유리창에 부딪혀 죽지 않도록 유리벽에 조명줄을 감고 스티커를 붙이는 활동을 벌였다. 청소년들이 참여한 보드게임 모임은 백제의 고유한 무늬와 위인을 소재로 게임용 윷놀이 판과 말, 카드를 제작했는데 전문가들로부터 당장 부여 관광상품으로 판매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을 받았다. 찾아가는 소리마당은 지역 국악인들이 마을회관을 순회하며 공연했다. 신명 나는 소리와 장단에 어르신들이 소리 높여 ‘떼창’을 하고 덩실덩실 춤을 춰 단원들과 하나가 됐다. 여성청소년지원팀은 초등학교 여학생들을 상대로 성교육을 하고 생리대를 선물했다.

부여군공익활동지원센터 공익실험실 6개팀이 지난 2일 성과 공유회를 마치고 기념 포즈를 취했다. 송인걸 기자
부여군공익활동지원센터 공익실험실 6개팀이 지난 2일 성과 공유회를 마치고 기념 포즈를 취했다. 송인걸 기자

공익실험실은 지난해 ‘일상의 불편함을 주민 스스로 풀어보자’는 취지로 출발했다. 1기는 일회용품 줄이기 환경실험을 한 홍반장팀 등 5개 팀이 선정돼 활동했다. 조희철 부여군지역공동체활성화재단 사무처장은 “부여군에는 환경·교육·청년·청소년·마을 등 단위로 80여개의 자생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이 부여를 바꾸는 힘이 되도록 공익실험실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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