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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혼자 음압격리실 적적할까봐” 코로나 최전선의 기억

등록 2023-12-14 07:00수정 2023-12-14 08:14

대전성모병원, 코로나 대응백서 발간
“‘면회 불가능’ 모진 말 스스로 끔찍”
감염병 위기대응에 유용하게 쓰이길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의 오숙진(왼쪽) 외래간호팀장과 박민지 응급실 간호사. 최예린 기자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의 오숙진(왼쪽) 외래간호팀장과 박민지 응급실 간호사. 최예린 기자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응급실의 박민지 간호사에게 코로나19는 끔찍한 기억이다. 방호복을 입은 채 땀을 뻘뻘 흘리며 응급 환자를 돌본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하다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방호복을 벗어 던진 적도 여러 번이었다. 아무리 조심해도 바이러스를 피할 순 없었다. 박 간호사는 지금까지 코로나19에 3번 감염됐고, 밀접 접촉으로 5번 이상 격리됐다고 한다.

지난 6일 한겨레와 만난 박 간호사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도) 마음 편히 아플 수도 없었어요. 코로나19로 환자는 몰리고 인력이 한정된 상황에서 누군가 격리되면 남은 동료들이 얼마나 힘들어질지 잘 알았기 때문이죠”라고 말했다.

박 간호사는 허리가 아파 병원에 왔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5일 동안 응급실 음압격리실에 있었던 한 할머니를 기억했다. 그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다 갑자기 병원에 온 할머니가 적적할까 봐 음압격리실에 보낸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소리와 산소호흡기를 단 채 그 라디오를 갖고 상급 병원으로 옮겨가던 할머니의 모습이 잊히지 않았다.

대전성모병원 행정파트 김유미 간호사는 죽어서도 격리되는 감염병 앞에서 무기력한 자신의 모습에 괴로워했다.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가족들에게 알리며 “면회는 불가능하다”고 모질게 말한 뒤 다른 할 일을 위해 뒤돌아서던 순간 “스스로 끔찍했다”고 김 간호사는 털어놨다. 코로나19의 아픈 경험들을 통해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것인지 깨달았다”고 그는 말했다. 오숙진 외래간호팀장은 선별진료소에서 더위와 추위 속에 일하며 힘들 때마다 한 유치원 어린이들이 꼬불꼬불 쓴 손편지를 꺼내 보며 “위로 받았다”고 고백했다.

이들 의료진들의 코로나19 수기 등을 담은 ‘코로나19 감염관리 대응 백서-감염관리실 1250일의 기록’이 최근 출간됐다. 대전성모병원이 펴낸 백서에는 의료진의 경험담뿐 아니라 2019년 12월31일 중국 우한시에서 원인불명의 폐렴 환자들이 처음 발생한 이후 정부가 일상회복을 선언한 지난 5월까지 3년 넘는 시간 동안 대전성모병원이 어떻게 코로나19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관리했는지에 대한 기록이 담겼다. 병원의 코로나19 콘트롤타워로서 감염병 신속 대응팀과 종합상황실이 이뤄낸 성과와 병원 내 방역 지침, 교직원 감염 관리 교육·훈련 등 의료기관 안에서의 집단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도 백서에 실렸다.

서우석 대전성모병원 감염관리실장은 “코로나19 대유행에 대한 기록인 이 백서가 최전선에서 환자를 마주하는 병원의 감염병 위기 대응 업무분장과 훈련, 시설 준비 등에 참고 자료로 유용하게 쓰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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