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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4단계’ 멈춰선 강릉 “하필 이 대목에” 한숨만

등록 2021-07-19 16:22수정 2021-07-20 02:32

“여름 한철 벌어 1년 먹고사는데 어떻게” 하소연
예약취소 잇따라…양양·속초 등 ‘풍선효과’ 우려도
강원 강릉시가 19일부터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격상한 가운데 교동 한 음식점에 임시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강원 강릉시가 19일부터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격상한 가운데 교동 한 음식점에 임시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강릉의 일상이 멈췄습니다. 소상공인은 손님이 끊겨 죽을 지경이고, 시민들은 무서워 집 밖에도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발 강릉 방문을 자제해 주세요.”

강원도 강릉시 시내 중심가에서 마라탕 전문 음식점을 하는 이아무개(35)씨는 19일 가게 입구에 ‘코로나로 인해 매장 영업을 하지 않습니다. 포장·배달만 가능합니다’라고 적힌 안내판을 내걸었다.

이씨는 “개업 2개월 만에 이렇게 큰 위기가 닥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배달 전문점이 아니고 매장 손님이 주요 고객이라 이번 조처는 사실상 ‘영업 중단’이나 다름없다. 매출의 60~70%가 빠졌다”면서도 “젊은 층에서 확진자가 쏟아지는데 주 고객층이 젊은 층이다 보니 감염 우려가 컸다. 집에 어린아이가 있어 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쩔 수 없이 코로나가 잠잠해질 때까지 매장 손님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평소 직원 7명이 출근했지만, 이번 조처로 절반만 출근하고 나머지는 집에서 쉬어야 할 처지가 됐다.

코로나19 4차 유행 속에 비수도권 확진자가 늘어가는 가운데 강원도 강릉시가 19일부터 25일까지 거리두기 단계를 4단계로 긴급 격상했다. 비수도권에서 4단계 격상은 강릉시가 유일하다. 오후 6시 이후 사적 모임은 2명까지만 가능하고, 식당과 카페 등은 오후 8시 이후 매장 안 취식이 금지된다. 오후 10시로 운영이 제한된 수도권보다 ‘쎈’ 조처다.

강릉에서는 지난 12일 이후 일주일 만에 106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여기에 표본조사에서 검출된 사례 모두 델타 변이로 확인된 점도 위기감을 키웠다. 타지역 확진자와 접촉해 감염된 강원도내 코로나19 확진자 비율도 7월 첫째주 10.6%에서, 둘째주 17.3%, 셋째주 20.7%로 점차 확대되는 분위기다.

강릉시가 거리두기 4단계인 ‘셧다운’ 상태로 돌입하자 지역 상인들도 임시휴업을 하는 등 경제적 타격이 현실화하고 있다. 강릉시 성산면 한 짬뽕전문점은 이날 가게에 안내문을 붙여 ‘19일부터 임시휴업에 들어간다’고 밝혔으며, 교동의 한 주점도 ‘4단계 기간동안 잠시 쉬기로 결정했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홍제동 한 식당도 “거리두기가 하향될 때까지 잠시 매장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영업을 중단하는 수준이지만, 확산 방지를 위해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원 강릉시가 19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격상한 가운데 교동 거리가 썰렁한 모습을 보인다. 연합뉴스
강원 강릉시가 19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격상한 가운데 교동 거리가 썰렁한 모습을 보인다. 연합뉴스
지역 숙박업계에는 ‘예약취소’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한 펜션 업체 관계자는 “낮에는 4명, 저녁에는 2명만 모일 수가 있는데 펜션이 장사가 되겠냐. 호텔이나 모텔은 몰라도 거리두기 4단계가 지속하면 펜션은 다 죽는다. 이미 이달 말과 8월 초 극성수기 예약 물량의 절반 이상이 취소됐다. 4단계에선 예약 취소해도 위약금 없이 100% 환불해줘야 한다. 이런 손해는 어디에서도 보상받을 길도 없다”고 울먹였다.

이선종 대한숙박업중앙회 강릉시지부장은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가 가장 성수기인데 강릉 4단계 소식이 알려질수록 더욱 예약취소가 이어질 것이다. 대목을 앞두고 있는데 얼마나 예약이 취소될지 걱정”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강릉 경포를 비롯해 속초·망상·삼척·낙산해수욕장 등 도내 5개 해수욕장은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백사장에서 음주 등 취식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이 시행 중이다. 강릉시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지역 해수욕장을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야간에 폐쇄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김형익 강릉상공회의소 회장은 “강릉은 여름 한철 벌어 1년을 먹고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오죽하면 4단계 격상을 결정했겠느냐. 지금은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칫하면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 ‘강릉을 잠시 멈춘다’는 생각으로 시민과 관광객 모두 거리두기에 동참해달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강릉의 강력한 조치가 인근 시·군에서 ‘풍선 효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정준화 양양군번영회장(강원도 시·군번영회장)은 “최근 집합금지를 8인까지 풀어줬다가 다시 4명까지로 확 줄이니까 예약했던 사람들도 다 취소하고 식당뿐 아니라 숙박업소도 더 힘들어졌다. 강릉시 조처로 강릉 가려던 사람이 속초나 양양으로 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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