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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아닌 ‘붉은 비명’…소나무재선충에 올해만 37만그루 고사

등록 2022-11-03 19:27수정 2022-11-04 02:31

녹색연합이 소나무재선충병 확산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경북 등 전국을 돌아다니며 실태조사를 벌였다. 사진은 경남 밀양의 한 소나무숲 모습. 녹색연합 제공
녹색연합이 소나무재선충병 확산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경북 등 전국을 돌아다니며 실태조사를 벌였다. 사진은 경남 밀양의 한 소나무숲 모습. 녹색연합 제공

“가을 단풍처럼 붉은빛을 띠는 소나무가 온 산을 뒤덮었어요. 병이 가장 심했던 2014년과 비슷하거나 능가할 정도입니다.”

3일 박은정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박 팀장은 소나무재선충병 확산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경북과 경남은 물론 대구, 울산, 부산, 강원도, 경기도 등 전국을 다니며 실태조사를 벌였다. 박 팀장이 찾은 소나무숲 상당수는 감염목들이 붉게 변하거나 잎까지 타들어가 회색빛 가지만 남기고 집단으로 죽어 있는 처참한 모습이었다.

박 팀장은 “소나무재선충병이 경남·경북은 물론이고 강원도와 경기도까지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세계유산이자 국립공원인 경주 남산의 능선과 사면의 소나무도 재선충병에 걸려 죽어 있다. 봄부터 확인된 양상이지만 모든 행정기관이 손 놓고 있어 안타깝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산림당국이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린 피해목을 벌채하는 모습. 산림청 제공
산림당국이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린 피해목을 벌채하는 모습. 산림청 제공

걸리면 100% 죽는다

소나무재선충병은 ‘걸리면 죽는다’고 해 ‘소나무에이즈’로도 불린다. 이 병이 전국에 확산하면서 ‘소나무 멸종’ 사태를 막기 위해 산림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소나무재선충은 크기 1㎜ 정도의 실 같은 선충으로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 등과 같은 매개충 안에 있다가 새순을 갉아먹을 때 상처 부위를 통해 나무에 침입한다. 침입한 재선충은 빠르게 증식해 나무의 수분과 양분 이동통로를 막는다. 치료 약이 없어 감염되면 100% 말라 죽는다. 일본과 대만 등에선 재선충병이 발생해 소나무가 거의 멸종될 지경에 이르렀다.

재선충병에 걸려 고사한 소나무는 올해만 37만8079그루다. 지난해(30만7919그루)에 견줘 22.7%(7만160그루)나 늘어난 수치다. 연도별로는 2014년에 218만3996그루로 피해가 가장 컸다. 이후 2015년 173만6667그루, 2016년 137만3098그루, 2017년 99만2363그루, 2018년 68만6422그루, 2019년 49만693그루, 2020년 40만6362그루로 감소 추세를 보이다 8년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10월 말 현재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5개 시·도가,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137곳(59.8%)이 소나무재선충 감염으로 극심한 피해를 보고 있다. 산림청이 피해 정도에 따라 발병 지역을 5개 등급으로 구분한 자료를 보면, 경남 밀양이 2급으로 가장 심각하다. 울산 북구·울주, 경기 양평, 전남 여수, 경북 포항·경주·안동·구미·고령, 제주 등은 3급으로 평가됐다.

재선충병 피해가 가장 극심한 밀양시청 산림녹지과의 손광준 주무관은 “재선충병으로 고사한 것으로 확인된 숫자만 4만그루에 이르는 등 전체적으로 감염이 확산하고 있다. 방제 예산도 부족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등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집중 방제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성현 산림청장이 지난 10월 시·도 산림관계국장과 지방산림청장 등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중앙·지방 합동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산림청 제공
남성현 산림청장이 지난 10월 시·도 산림관계국장과 지방산림청장 등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중앙·지방 합동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산림청 제공

“산림청은 뒷북 대응”

소나무재선충 대유행 배경으로는 지난해 따뜻했던 겨울 날씨와 봄 가뭄이 꼽힌다. 따뜻한 날씨 탓에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 등의 유충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태풍과 집중호우, 산불 등 산림재해로 방치된 소나무류 피해목이 매개충 산란처가 돼 매개충 밀도가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산림당국의 미온적인 대응이 재선충병 확산을 불러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이 지난달 14일 공개한 ‘연도별 재선충병 방제 예산 현황’ 자료를 보면, 방제예산은 2017년 814억4400만원까지 늘었다가 지속해서 줄어 2022년 559억6000만원으로 2017년에 견줘 31.3%나 줄었다. 정 의원은 “기후변화로 재선충병 등 산림재난이 늘고 있는데도 자연재해가 발생한 뒤에야 예산을 늘리는 등 뒤따라가기식 대응이 계속되고 있다. 지자체와 협업해 산림 예찰을 강화하고, 중장기적인 방제계획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소나무숲 위주의 조림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소나무는 국민적 사랑을 받는 수종이지만 산불이나 재선충병 등에 취약하다. 기후위기와도 맞물려 30~40년이 지나면 점차 쇠퇴할 것이다. 재선충병으로 인한 급격한 쇠퇴는 막아야 하지만 추가로 소나무는 심지 않는 등 소나무 위주로 산림을 채우는 산림당국의 조림 정책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기후변화와 방제 예산 감소 등의 이유로 재선충병 피해가 올해 들어 증가 추세로 전환됐다. 사각지역의 드론 예찰과 전자예찰함 확대, 피해지역의 재선충병 발생 위험 예측 알고리즘 구축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피해목을 철저히 찾아내 전량 방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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