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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장은 사치재? 두번째 집?…50년 만에 중과세 폐지된 까닭은

등록 2023-02-28 08:00수정 2023-02-28 09:27

서울 고소득층, 세컨드하우스 세금 부담 없이 가져도 돼
지역 지자체는 지역 개발 기대

27일 국회에서 별장 중과세 관련 규정이 폐지됐다. 사진은 전원주택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27일 국회에서 별장 중과세 관련 규정이 폐지됐다. 사진은 전원주택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별장은 부유층의 ‘사치재’일까, 중산층이면 누구나 욕심내 가져보려는 ‘세컨드하우스’일까?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별장 중과세’ 폐지를 뼈대로 한 지방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최초 발의한 이 법안은 ‘별장은 더 이상 특정 계층만 소유하는 사치성 재산이 아니다’라는 주장에 바탕을 둔다. 법안이 통과됐다는 건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은 물론 ‘중산층·서민의 정당’을 표방하는 더불어민주당도 여기에 수긍했다는 뜻이다.

현행 지방세법은 별장 취득과 소유분에 대해 높은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우선 취득세의 경우 취득가액의 2.8%인 표준세율에 8%를 더한 10.8%의 세율이 적용된다. 1억원짜리 별장을 샀다면 1천만원 정도의 취득세를 낸다는 뜻이다. 재산세도 중과세율(4%)이 적용된다. 통상적인 재산세율(0.1~0.4%)보다 최소 10배 이상 높다.

별장 중과세 제도가 도입된 시기는 1973년 3월이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도시-농촌 소득 격차로 인한 사회 갈등이 심상치 않게 전개되자 사회 안정을 위한 조처 가운데 하나로 별장을 사치성 재산으로 지정한 뒤 세금을 무겁게 매겼다. 도입 초기 취득세는 표준세율의 3배, 재산세율은 일반세율의 2배였다.

이런 역사적 뿌리 탓에 별장이 주로 분포하고 있는 강원도 등에선 별장 중과세에 대해 “시대 변화를 고려해 없애야 할 낡은 과세 제도”란 주장을 꾸준히 펴왔다. 별장 중과세 폐지에 권성동 의원이 총대를 멘 것도 그의 지역구가 서울 부자들의 ‘주말용 주택’이 많은 강원도 강릉이라는 점과 무관치 않다. 최영숙 강원도청 세정팀장은 “별장 중과세는 귀농·귀촌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정주인구뿐 아니라 생활인구·체류인구 개념을 도입한 폭넓은 인구정책이 요구되는 시대상의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중과세 제도가 엄격하게 운용되지 않고 있는 현실도 폐지론의 핵심 근거로 활용된다. 실제 과세 권한이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로 적극적인 과세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이 제도에 따른 세수 규모는 2021년을 기준으로 고작 30억원에 그친다. 이런 까닭에 종종 지자체가 고소득층의 세금 탈루를 사실상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한 예로 부산 해운대구는 지난해 말 정부 합동감사에서 이런 지적을 받은 뒤 부랴부랴 별장으로 활용되는 주거시설의 현황 파악에 나섰다. 조사 착수 두달여 만에 찾아낸 숨은 별장은 12곳. 해운대구는 곧바로 이 주택 소유자들에게 중과세를 통보했다.

하지만 중앙정부 감사에서 적발된 지자체 유관 부서에선 ‘별장’ 기준이 모호하다는 불만도 새어나온다. 어디까지를 별장으로 봐야 할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중과세 처분을 적극적으로 내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행 지방세법에 별장은 ‘주거용 건축물로서 상시 주거용으로 사용되지 않고 휴양·피서·놀이 등의 용도로 사용하는 건축물과 그 부속 토지’로 되어 있다. 문제는 ‘상시 주거용’이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지자체가 별장으로 규정해 중과세를 하더라도 집주인들이 불복하거나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 별장 현황 파악에 나섰던 박영식 부산 해운대구 취득세2팀장은 “일상적인 업무도 바쁜데 별장 여부까지 일일이 확인해가면서 과세를 할 여유도, 실익도 없다”고 말했다. 조병선 춘천시청 세무조사팀장도 “불시 방문, 탐문 조사를 하거나 전력 사용 행태에 대해 한전의 자료 협조를 받지 못하면 (별장) 소유주의 상시 거주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입증의 어려움 탓에) 징수를 위한 노력에 견줘 세수 증대 효과는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별장 중과세 폐지가 새로운 거주 형태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소영 한국지방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도시를 아예 떠나는 귀농·귀촌과 달리 도시생활을 유지하면서 농촌생활을 함께 즐기는 ‘1가구 다거주지’ 생활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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