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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고’ ‘△△상고’ 이름의 미래는… ‘레트로’ 바람도

등록 2023-03-12 18:15수정 2023-03-13 03:05

지난 6일 경기도 수원에 있는 직업계 고등학교인 삼일상고가 삼일고로 교명을 바꾼 뒤 선포식을 하고 있다. 삼일고 제공
지난 6일 경기도 수원에 있는 직업계 고등학교인 삼일상고가 삼일고로 교명을 바꾼 뒤 선포식을 하고 있다. 삼일고 제공

“삼일상고가 삼일고로 새롭게 출발합니다. 세계로 진출하는 100년 미래 인재를 양성하겠습니다.”

지난 6일 오후 2시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삼일고등학교 강당에서 김재철 교장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개교 120년 역사를 자랑하는 삼일상업고등학교는 이날 교명 변경 선포식을 열고 새 출발을 알렸다. 김 교장은 “시대 흐름에 맞는 새 이름을 갖는 것이 좋겠다는 학생·학부모·교사·동문 등의 요청과 합의로 학교 이름을 바꾸게 됐다. 특성화고 교육과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또 다른 도약을 시작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옛 춘천농공고인 강원생명과학고가 지난해 11월 교명 변경을 기념하는 교명석 제막식을 하는 모습. 강원도교육청 제공
옛 춘천농공고인 강원생명과학고가 지난해 11월 교명 변경을 기념하는 교명석 제막식을 하는 모습. 강원도교육청 제공

농고 이어 공고·상고도?

삼일상고가 삼일고로 교명을 바꾼 것처럼 ‘○○공고’ ‘△△상고’ 등과 같은 전통적인 직업계고 교명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인터넷이 보편화된 2000년대 이후 상당수 직업계고가 줄줄이 ‘인터넷고’나 ‘정보고’ 등으로 이름을 바꿨는데, 최근 인공지능 등 첨단산업과 반려동물·보건 등과 같은 서비스 산업 위주로 인력 수요가 늘자, 고집스레 옛 교명을 유지해온 학교들마저 개명 흐름에 동참한 것이다.

지난달 28일에는 강원도 원주에 있는 원주공고가 ‘미래고등학교’로 교명을 바꾼 것을 기념하는 현판식을 열었다. 춘천의 대표적인 직업계 고등학교인 춘천농공고도 지난해 10월 ‘강원생명과학고’로 교명을 바꿨다. 2013년 ‘소양고’로 이름을 바꾼 지 10년도 되지 않아 이름을 다시 바꾼 것이다. 지난달 24일 강원도의회에서 교명 변경안이 통과된 태백기계공고도 내년 3월부터 ‘한국항공고등학교’로 변신할 예정이다. 허성범 원주 미래고 교감은 “올해 미래고로 이름을 바꾸고 뷰티케어과를 신설했는데, 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인기였다. 산업 수요는 급변하는데, 공고라는 이름을 고집해서는 인기 학과 신설 등 변화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없다”고 했다.

교명 변경은 신입생 충원율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춘천농공고는 그동안 춘천에서 가장 인기가 없던 학교였다. 하지만 교명을 강원생명과학고로 바꾼 올해는 충원율 135%를 달성하면서 ‘만년 미달 학교’ 이미지를 털어내는 데 성공했다. 원주공고도 미래고란 이름으로 신입생을 모집했더니, 지난해 76%에 머물던 신입생 충원율이 올해는 94%로 껑충 뛰었다.

이재철 강원도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사는 “지난해부터 공고와 상고 등과 같은 전통적인 이름 대신 각 학교의 특성을 제대로 홍보할 수 있도록, 교육청 차원에서 교명을 바꿔 브랜드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스타벅스나 맛집에 줄을 서는 것처럼 직업계고도 브랜드 네이밍이 중요하다. 이미 ‘농고·수산고’가 사실상 자취를 감춘 것처럼 ‘공고·상고’도 특성화된 이름으로 점차 바뀌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원주공고가 미래고로 교명을 바꾸고 현판식을 하는 모습. 강원도교육청 제공
지난달 28일 원주공고가 미래고로 교명을 바꾸고 현판식을 하는 모습. 강원도교육청 제공

“나 상고로 돌아갈래”

예전에 버렸던 상고·공고 명칭을 다시 회복하려는 정반대 움직임도 있다. 전북에서는 전주상업정보고가 ‘전주여상’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주여상은 2007년 전주영상미디어고로, 2013년 전주상업정보고로 교명을 바꿨는데, 교명이 자주 바뀌다 보니 인지도가 낮아져 오히려 학교 홍보에 걸림돌이 되는 부작용을 겪었다. 박삼순 총동창회장은 “택시를 타 학교 이름을 말하면 기사들이 그런 학교가 있느냐고 묻는다. 정체성 혼란으로 애교심과 자부심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 전주여상이라는 옛 이름이 낫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는 부산항만물류고가 2019년 옛 이름인 ‘동명공고’로 되돌아갔다. 부산의 전략산업인 항만물류 분야로 특성화하려고 이름을 바꿨지만, 오히려 취업 진로가 좁아지는 등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7년 부산에너지과학고로 교명을 바꿨던 ‘서부산공고’도 10여년 만에 원래 이름으로 돌아갔다.

지정이 부산시교육청 디지털미래교육과 장학관은 “교명 변경으로 일시적인 효과를 볼 수도 있지만, 특목고·인문계와 헷갈리거나 유행처럼 유사한 학교 이름이 무더기로 생기는 등의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 급변하는 산업구조에 맞춰 교명을 바꿔야 한다면, 그에 맞춰 학교 교육과정부터 내실화하지 않으면 오래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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