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대리담수호반대주민대책위원회가 26일 오전 인제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작나무숲 인근에 조성 예정인 사방댐 건설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대책위 제공
강원도 인제군이 유명 관광지인 자작나무숲 인근에 국내 최대 규모의 사방댐을 조성하려 하자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원대리담수호반대주민대책위원회는 26일 오전 인제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콘크리트 구조물인 사방댐은 높이가 10m, 길이는 89m, 담수면적은 4294㎡에 이른다. 인제군에서는 ‘재해예방’이 목적이라고 하지만 주민들에겐 이 댐이 들어서는 것 자체가 커다란 재앙”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댐이 들어설 계곡은 담비와 하늘다람쥐 등과 같은 멸종위기 동물이 살 정도로 깨끗한 자연생태를 유지하고 있는데 댐이 들어서면 하류에 있는 청정계곡과 생태계 파괴는 불 보듯 뻔하다. 산지관리법에 따라 1만㎡가 넘지 않는다는 이유로 환경영향평가조차 받지 않아 그 피해를 가늠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재성 원대리담수호반대주민대책위원회 대표는 “이 계곡은 주민들에겐 젖줄이나 다름없다. 오랜 세월 주민들은 계곡물을 식수로 사용했고, 논밭으로 끌어들여 농사를 지었다. 거대한 댐이 들어서면 주민들은 더는 이 물을 식수로 사용할 수 없게 되고, 수량도 줄어 농사에도 지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인제군은 재해예방과 가뭄대비 용수 확보를 위해 사방댐이 꼭 필요하다는 태도다. 또 지난 5월 사방댐 추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실시된 마을주민투표에서 사방댐 조성을 찬성하는 주민들이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된 만큼 주민 수용성에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당시 투표에는 147가구 가운데 63가구가 참여해 55가구가 찬성표를 던졌다.
이승근 인제군청 산림보호팀장은 “주민들이 찬성과 반대로 갈려져 있어 공사를 중단하고 주민들의 결정을 기다렸는데 주민투표에서 찬성 쪽이 많이 나왔기 때문에 조만간 공사를 재개할 계획이다. 피해 주민들을 위한 지하수를 통한 식수 제공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민 조경환(64)씨는 “마을 주민투표는 사기다. 보통선거의 원칙을 어긴 채 가구당 1명에게만 투표권을 부여하는 이상한 주민투표였고, 선거·투표관리위원회도 구성하지 않았다. 대책위는 불공정하게 흘러가는 투표 준비과정을 보면서 불참을 선언한 뒤 반대 서명을 받았는데 그 숫자가 109명에 이른다. 엉터리 투표로 얻은 55표와 반대 서명에 동참한 109명을 비교하면 어느 쪽이 다수의 선택인지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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