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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해변 야자수 왜 사라졌나

등록 2023-08-08 08:00수정 2023-08-08 09:44

강릉시가 경포해변에 심었던 야자수 모습. 강릉시 제공
강릉시가 경포해변에 심었던 야자수 모습. 강릉시 제공

이색 볼거리를 제공한다며 강릉해변에서 추진한 야자수 심기 사업이 3년 만에 백지화됐다. 지역 특성과 기후 등을 고려하지 않아 예산과 행정력만 낭비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강원도 강릉시는 지난해 추진했던 힐링비치 조성사업을 올해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힐링비치 조성사업은 아열대 식물인 야자수를 강릉지역 주요 해변에 심는 사업이다. 해변에 야자수를 심고 파라솔과 일광욕 의자 등도 설치해 이국적인 풍경의 색다른 해변을 시민과 관광객에게 제공하겠다는 취지였다.

2021년 시작한 이 사업은 사업 첫해만 해도 시범 사업 형태였다. 1500만원을 주고 야자수 51그루를 빌려 9월 말부터 11월까지 2개월 남짓 경포해변에 심었다가 겨울이 되기 전에 뽑아 반납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색다른 시도로 볼거리를 제공했다는 평가와 함께 추가 배치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자 자신감이 생긴 강릉시는 지난해 이 사업을 정식 사업으로 채택했다. 빌려서 심었던 야자수도 2억원을 들여 51그루나 샀고, 야자수를 심는 해변도 경포뿐 아니라 강문해변과 안목해변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야자수를 옮겨 심고 보름 정도 지나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해풍과 낮은 기온 때문에 야자수가 누런 잎을 드러내며 말라 오히려 흉물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등 생육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결국 여름 해수욕장 기간이 끝난 9월에는 해변에 있던 야자수를 모두 뽑아 다른 곳으로 옮겨 심었고, 올해부턴 아예 해변 식재 자체를 포기했다.

사업에 대한 우려는 강릉시가 해변에 야자수를 심겠다는 계획을 처음 밝힐 때부터 있었다. 국내에서 야자수로 유명한 제주에서조차 야자수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에서는 겨울 한파가 잦아지면서 아열대가 원산지인 야자수의 생육 환경이 크게 악화됐고, 태풍 탓에 야자수가 무더기로 부러지거나 뽑혀나가는 경우가 잇따랐다.

강릉시가 올해부터 해변 야자수 식재를 포기하면서 야자수 51그루는 사실상 애물단지가 됐다. 현재 야자수는 지난해 9월부터 강릉솔향수목원과 꽃묘장에 각각 23그루와 28그루씩 나눠 임시로 보관하고 있다. 강릉시는 올해 사업비 5억3000만원을 들여 1080㎡ 규모의 온실을 지어 야자수에 맞는 생육 조건을 마련할 계획이다.

홍진원 강릉시민행동 운영위원장은 “처음부터 지역의 기후와 특성에 맞지 않는 사업이라는 반대 여론이 있었는데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강행됐다. 결국 시민을 위한 세금 수억원이 허투루 사용된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업이다. 빠르게 정리하고 이런 졸속 행정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릉시 관계자는 “해변에 심으면 겨울이 되면 다시 옮겨야 하고, 식재를 했다가 옮기는 것을 반복하는 것은 관리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고 태풍 등 자연재해 위험도 있다. 수목원 온실에서 키우면서 관람용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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