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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강원

‘목격자 신분 노출’ 얼빠진 법원 일처리…누가 증언을 할까

등록 2021-03-10 11:29수정 2021-03-11 02:35

서류에 목격자 직장명 등 삭제하지 않고 노출
피고인, 목격자 집으로 찾아와 폭언
춘천지방법원 누리집 갈무리
춘천지방법원 누리집 갈무리

법원의 잘못으로 신분이 노출된 사건 목격자가 자신의 집으로 찾아온 피고인에게 폭언 듣는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10일 춘천지법과 ㄱ씨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8월 강원도 내 한 지역에서 폭행사건이 일어나자 경찰은 현장 근처에 있던 ㄱ씨에게 목격자 진술을 요청했다. ㄱ씨는 “절대 신원이 노출되는 일은 없다”는 경찰의 말을 믿고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

그러나 지난 2일 ㄱ씨는 생각지 못한 일을 겪었다. 자신이 진술한 사건의 피고인인 ㄴ씨가 갑자기 집에 찾아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 살이 떨린다”라고 강력하게 항의한 것이다. ㄱ씨와 친분이 있던 ㄴ씨는 사건 관련 서류 뭉치를 소파에 내던지기도 했다. 흩어진 서류 뭉치를 확인한 ㄱ씨는 크게 당황했다. 이름 등 주요 인적 사항은 지워져 있었지만 자신의 ‘직장명’과 ‘목격장소 명칭’이 그대로 적혀 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ㄱ씨가 사건 경위를 살펴보니, ㄴ씨는 지난해 12월 벌금형 약식명령을 받자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하고 사건 증거자료를 법원에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춘천지법은 ㄱ씨의 직장명 등 개인정보를 제대로 지우지 않은 채 ㄴ씨에게 참고인(목격자) 진술조서 등을 제공했다. 결국 법원 쪽 부주의 탓에 경찰을 믿고 조사에 협조한 ㄱ씨는 ㄴ씨와 원수나 다른 없는 사이가 됐다.

ㄱ씨는 “법원에 문의했더니 민원을 제기하면 담당 직원에게 주의나 징계를 주겠다는 식으로만 반응한다. 징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런 식이면 작은 마을에서 누가 형사사건 증언을 하겠냐”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목격자나 증인 신분이 절대 노출되지 않도록 자료를 제공하거나, 목격자 진술 자료를 피고인도 보지 못하게 하는 등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춘천지법 관계자는 “담당자의 실수로 직장명 등 개인정보 일부가 삭제되지 않은 채 전달됐다. 감사계에서 담당 직원에 대한 조처를 결정하기 위해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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