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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방의 선물’ 주인공 정원섭씨 별세

등록 2021-03-30 18:28수정 2021-03-31 02:40

살인 혐의 15년 억울한 옥살이
2011년 재심서 ‘39년 만의 무죄’
소멸시효로 국가배상 못 받아
2014년 당시 정원섭씨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2014년 당시 정원섭씨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영화 <7번방의 선물> 실제 주인공인 정원섭씨가 지난 28일 별세했다. 향년 87.

고인은 유신헌법 선포 3주 전인 1972년 9월27일 춘천의 한 논둑에서 파출소장의 딸(당시 9살)을 강간 살해한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서슬이 퍼렇던 군사독재 시절 경찰관 자녀가 살해된 이 사건은 공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졌고 시한부 검거령까지 내렸다.

당시 만홧가게를 운영하던 정씨는 숨진 피해자의 주머니에서 자신이 운영하던 가게 전표가 나왔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시한부 검거령 마감 하루 전의 일이었다. 정씨는 범죄사실을 부인했지만 소용없었다.

1973년 3월 춘천지법에서 강간치상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같은 해 8월과 11월 서울고법과 대법원에 각각 항소와 상고를 제기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15년간 복역한 그는 1987년 모범수로 가석방됐다.

고인은 누명을 벗기 위해 1999년 11월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2001년 10월 이마저 기각됐다.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2005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결백을 호소한 정씨는 2007년 12월 재심 권고 결정을 끌어냈다.

정씨는 재심 청구 과정에서 수사관들로부터 모진 고문을 당하고 유력 증거도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결국 2011년 재심을 맡은 춘천지법은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마지막 희망으로 기댄 법원마저 적법 절차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이 부족했다. 피고인의 호소를 충분히 경청하지 않았던 점에서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다”고 정씨에게 사과했다. 이런 사연은 2013년 영화 <7번방의 선물>을 통해 알려졌다.

하지만 정씨는 국가로부터는 아무런 배상도 받지 못한 채 결국 세상을 떠났다. 재심 무죄 확정 직후 허위 자백을 강요한 경찰관들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모두 23억여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아냈지만, 국가의 배상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다. 형사보상 확정일로부터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정씨가 소송을 제기해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대법원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발인은 30일 오전 10시30분 엄수됐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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