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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북항쟁의 본질은 국가폭력” 첫 진상조사 보고서 나왔다

등록 2021-04-20 20:35수정 2021-04-21 02:31

정선지역사회연구소·진실의힘
9개월간 수천쪽 문건·증언 채록
“어린 자녀 앞 광부 구타 불법 연행”
41돌 맞아....정부 사과 요구키로
1980년 4월 사북항쟁 당시 모습. 정선군 제공
1980년 4월 사북항쟁 당시 모습. 정선군 제공

사북항쟁 41돌을 맞아 국가폭력의 실상을 담은 조사보고서가 공개됐다.

정선지역사회연구소는 21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어 ‘사북항쟁 시기 국가폭력의 실상에 관한 조사보고회’를 진행했다.

이날 공개된 ‘사북항쟁 시기 국가폭력의 실상과 특이점에 관한 조사보고서’는 지난해 7월~올해 3월 9개월 동안 수천쪽의 문건과 50명에 이르는 증언자의 구술을 조사하고 정리한 결과물이다. 20년 전인 2001년 사북항쟁 핵심 관련자 30여명이 자신들이 겪은 고문 상황을 기자들 앞에서 재연한 이래, 간헐적으로 고문 피해 증언이 있었지만 ‘사북항쟁 시기 국가폭력’을 주제로 한 종합적인 연구보고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조사 내용을 보면, 수사당국은 광부의 집을 기습해 잠옷 바람으로 공개 연행했다. 어린 아들과 딸, 이웃이 보는 앞에서 구타한 뒤 불법으로 체포해 가기도 했다. 또 면회객이 보는 경찰서 마당에서 피가 낭자하도록 연행자를 구타하는 일도 있었다.

정선지역사회연구소는 지난해 4월 사북항쟁 시기 국가폭력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2018년 ‘남영동 대공분실 고문실태 조사연구’를 수행한 바 있는 재단법인 ‘진실의 힘’에 공동연구를 제안했다. 진실의 힘은 사북항쟁 관련자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사망한 상황에서 더 늦기 전에 ‘당사자의 언어’로 된 국가폭력에 관한 기록이 필요하다고 보고 연구팀을 꾸렸다.

연구팀은 2008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80년 사북 사건 보고서’를 기초로 서강대 인문학연구소 구술 기록(2000년), 국사편찬위원회 구술 기록(2017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구술 기록(2018년) 등 기존 자료를 모두 검토하면서 국가폭력 관련 내용을 분류, 정리했다. 또 피해자 가운데 15명을 직접 만나 국가폭력에 관한 구술을 추가로 확보했다.

정선지역사회연구소는 이번 보고서를 국가인권위원회와 제2기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또 번역 작업을 거쳐 유엔인권위원회에도 국가폭력 사례로 보고하고, 정부의 공식 사과도 요구하기로 했다.

박다영 진실의 힘 연구원은 “사북 문제의 본질은 국가폭력이다. 과거 역사에서 나타난 국가폭력 문제를 오늘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보는 것은 사건의 진상규명과 당사자 사이의 화해와 치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욱 정선지역사회연구소장은 “광주와 부산·마산, 제주도 등에서 벌어진 국가폭력에 대한 대통령의 공식 사과가 있었다. (사북에서) 노조지부장 가족이 입었던 상처도 국가에서 치유하고 구제하는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사북항쟁은 1980년 4월21~24일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일대 동원탄좌 사북영업소 일대에서 일어난 탄광 노동자와 가족 등 6000여명이 일으킨 총파업 사건이다. 신군부는 관련자를 잡아들여 고문과 폭력을 가했고, 주동자 등 81명을 계엄포고령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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