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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평양은 처음이지?’ 고성 제진역에 평화·통일교육 체험장

등록 2021-04-27 14:02수정 2021-04-28 02:45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에 조성한 평화통일열차(PTX) 체험장이 27일 문을 열었다. 북한 복장을 한 열차 안내원들이 평화통일열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에 조성한 평화통일열차(PTX) 체험장이 27일 문을 열었다. 북한 복장을 한 열차 안내원들이 평화통일열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함께하는 통일의 꿈과 평화에 대한 거침없는 상상이 하루빨리 실현될 수 있길 간절히 소망하면서 즐겁고 뜻깊은 체험이 되길 바랍니다.”

지난 22일 찾은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에 조성된 평화통일열차(PTX) 체험장에서 안종원 센터장이 반갑게 인사했다. 안 센터장은 “제진역은 우리 민족의 통일 염원과 평화의 꿈이 아로새겨진 역사적, 상징적인 공간이다. 먼 길을 달려왔지만 길은 끊기고, 열차는 멈춰 섰다. 하지만 평화통일열차는 꿈과 상상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꿈 공장이고, 상상력 제작소다. 여러분은 이곳에서 막힘없이 미래로, 세계로 나갈 수 있다”고 소개했다.

안 센터장 왼쪽 대형 텔레비전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세차례 걸쳐 진행한 남북정상회담의 감동적인 장면들이 펼쳐졌다. 오른쪽 벽면에는 파란 바탕에 흰색으로 ‘우리 다시 하나로, 미래로 대륙으로’라고 적힌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안내에 따라 무인승차권 발권기 앞으로 이동했다. 이름과 전화번호를 입력하자 여행 경유지를 입력하는 칸에 평양, 금강산, 백두산 등 북한 기차역 이름이 보였다. 도착지로는 베이징(중국)과 모스크바(러시아), 파리(프랑스), 런던(영국)까지 선택할 수 있다.

표를 끊고 남북출입국사무소의 ‘출경’이라고 적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 센터장은 “북한이 외국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과 남한을 오고 갈 때 ‘출국’과 ‘입국’이라는 말 대신 ‘출경’과 ‘입경’으로 쓴다”고 설명했다. 세관 검사대를 지나 출·입경 심사를 진행했다. 심사가 끝나자 직원이 북한 말투로 “방북을 열렬히 환영합니다”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에 조성한 평화통일열차(PTX) 체험장이 27일 문을 열었다. 북한 복장을 한 열차 안내원들이 평화통일열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에 조성한 평화통일열차(PTX) 체험장이 27일 문을 열었다. 북한 복장을 한 열차 안내원들이 평화통일열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남북출입국사무소를 빠져나와 제진역에 들어서자 녹슨 철로 위에 알록달록 색깔 옷을 입은 평화통일열차가 일행을 맞았다. ‘기대로’라고 이름 붙은 1호차는 객차 안이 온통 하얀 스크린으로 채워져 있었다. “출발하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기차 안은 3면이 영화관으로 변신했다. 스크린에는 제진역을 출발해 금강산과 마식령스키장, 평양시내를 거쳐 백두산까지 기차로 직접 여행하는 것과 같은 풍경이 실감 나게 펼쳐졌다.

‘하나로’란 이름이 붙은 2호차에서는 북한의 교과서와 학교생활을 살펴보고 북한관련 상식 오엑스(OX) 퀴즈 등을 진행할 수 있었다. 3호차(통일로)에서는 ‘나만의 평양답사’ 체험이 진행돼 벽면 평양지도를 보며 평양개선문과 천리마동상, 김일성종합대학, 고려호텔, 옥류관 등 평양시내 곳곳을 누빌 수 있었다.

4호차(축제로)에 들어서자 조선옷(북한식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성과 악단이 ‘동포 여러분 형제 여러분 이렇게 만나니 반갑습니다’라는 북한 노래 ‘반갑습니다’를 부르며 인사했다. 또 2018평창겨울올림픽 당시 북한 예술단이 강원 강릉아트센터에서 선보인 북한가요 ‘달려가자 미래로’도 가사를 보며 함께 따라불렀다. 악단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남호섭(38)씨는 “이곳은 북한 학생이나 시민 등과 함께 공연도 하고 놀이도 하면서 어울리는 공간이다. 북한 사람을 직접 만나는 즐거운 체험을 하면서 민족의 동질성을 확인할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5호차(세계로)에선 최첨단 3디(D) 영상을 보며 유라시아 기차여행을 체험했다. 초고속 열차를 타고 백두산과 베이징, 울란바토르, 모스크바, 베를린, 파리를 거쳐 런던까지 여행하는데, 의자에 적용된 4디(D) 기술 덕분에 전후좌우로 흔들리며 장면 변화에 따라 영상 속 상황이 생생하게 몸에 전해져 진짜 기차 여행을 하는 듯했다.

열차 안 체험을 끝내고 철길이 난 방향을 따라 북쪽으로 걸었다. 철길 위에 설치된 증강현실(AR) 포토존에서 저마다 원하는 북한 복장을 한 사람들과 가상의 사진촬영을 했다. 증강현실 체험이 끝나자 철길 끝 조형물이 눈에 띄었다. 이인범 강원도교육청 교육협력담당 장학관은 “좌우의 사각형은 남과 북을, 앞의 계단은 통일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딛는 우리의 노력을, 중앙의 하늘색 사각형은 언젠가 하나 되길 염원하는 우리의 미래를 상징한다. 위에서 바라볼 때 화살표의 형태는 한반도를 지나 대륙으로 달려갈 열차의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체험은 남북출입국사무소에서 ‘입경’ 절차를 마지막으로 모두 끝났다.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에 조성한 평화통일열차(PTX) 체험장이 27일 문을 열었다. 평화통일열차 옆에 최북단 역인 제진역에서 기차를 타고 10.5㎞만 더 가면 있는 북한 최남단 역인 감호역 이름이 보인다.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에 조성한 평화통일열차(PTX) 체험장이 27일 문을 열었다. 평화통일열차 옆에 최북단 역인 제진역에서 기차를 타고 10.5㎞만 더 가면 있는 북한 최남단 역인 감호역 이름이 보인다.

최북단 역인 제진역에 조성돼 27일 문을 연 평화통일열차의 정식 명칭은 ‘제진역, 통일로 가는 평화열차’이다. 학생들이 평화와 통일의 당위성을 인식하고, 한반도를 넘어 대륙을 품는 새로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강원도교육청이 지난해부터 통일부와 코레일, 고성군과 협업해 마련했다. 이 사업을 기획한 이광희 강원도교육청 정무특별보좌관은 “한국의 학생이라면 누구나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야 외국에 갈 수 있다’는 인식의 한계를 갖고 있다. 굳어진 분단 탓에 섬나라가 아닌 섬나라에서 사는 셈이다. 학생들에게 열차를 타면 북한을 지나 유라시아 대륙까지 나갈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원도교육청은 전국 초·중·고 학생을 모집해 평화통일열차를 운영하고, 인근 통일전망대와 디엠제트평화의길, 디엠제트박물관 등 고성지역 관광지와 연계한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체험은 회당 100명 이내로 하루에 2차례 진행되며 2시간 정도 걸린다. 이미 160개 학교에서 1만여명이 예약을 신청했다.

민통선 안에 있는 제진역은 북한으로만 연결된 유일한 남쪽역이다. 동해선 최북단 역으로 군사분계선(MDL)과 거의 맞닿아 있다. 이곳에서 기차를 타고 10.5㎞만 더 가면 북한의 최남단 역인 감호역이 나온다. 금강산 육로관광이 시작된 것을 계기로 2006년 9월 준공됐지만 금강산 관광이 전면 중단되면서 방치됐다. 정부는 한반도 종단 동해안 철도 복원을 위해 1967년 노선 폐지 뒤 현재까지 단절된 상태로 남아있는 동해북부선(110.9㎞)을 건설해 제진역에서 강릉을 잇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강삼영 강원도교육청 기획조정관은 “남북관계가 경색돼 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단의 현장에 평화통일 체험장을 만듦으로써 민족 동질성 회복과 통일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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