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전남 광양시 진상면에서 산사태가 일어나 주택 4채를 덮치는 바람에 80대 주민이 매몰돼 소방당국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전남도청 제공
전남과 경남 등 남부지방에 큰비가 내리면서 주민 2명이 숨지고, 볏논 2만1500㏊가 잠기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전남·경남도 등의 집계를 보면, 전날부터 전남과 경남 등 남해안 일대에 300~400㎜의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전남 해남군 삼산면에서는 이날 새벽 4시57분께 하천을 건너 대피하던 60대 여성이 불어난 물에 휩쓸려 숨졌다. 광양시 진상면 비평리에서는 아침 6시4분께 산사태가 일어나면서 주택 4채를 덮치는 바람에 80대 여성이 흙더미에 매몰돼 숨졌다. 이 노인은 오전 한때 휴대전화로 통화가 이뤄졌지만, 구조대의 손길이 닿았을 때는 이미 숨져 있었다.
이날 장흥과 강진의 시간당 강우량이 각각 74.0㎜, 73.5㎜를 기록했고, 남해안 일대에는 호우경보가 내려졌다. 전남에선 누적강수량이 400㎜ 안팎인 해남·진도·장흥 등의 볏논 2만1500㏊가 침수하는 등 농작물도 피해가 났다. 이 지역에서는 93가구 12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주택 110동과 축사 19동이 침수되는 등 건물 피해도 이어졌다.
영산강홍수통제소는 이날 오전 11시30분 영산강의 가장 큰 지류인 나주시 남평천의 수위가 14.87m로 올라가자 홍수주의보를 발령했다. 전남도는 산사태경보가 발령된 해남·장흥·진도 등 시·군 7곳 가운데 보성군 110곳의 주민을 대피하도록 했다.
장경석 도 자연재난대응팀장은 “이번 비는 일시에 강하게 쏟아지면서 시설과 작물에 손해를 끼쳤다. 침수한 볏논은 12시간 안에 물을 빼야 습해 등을 막을 수 있다. 산사태 위험이 커진 만큼 집 안팎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6일 침수된 익산시 전통시장 도로변에 침수한 주택의 살림살이가 밖으로 나와 있다 전북도소방본부 제공
전북에선 익산시 중앙시장과 매일시장 상가 35동의 집기와 상품들이 물에 잠겼다. 또 건물 6동과 도로 7곳이 물에 잠기고 하수도 4곳이 역류하는 등 크고 작은 피해들이 이어졌다. 전주에서는 삼천 마전교와 효자다리, 백제교 아래 차량 통행이 통제됐다.
부산에서는 새벽 0시30분께 수영구 한 아파트의 고압선이 끊어지면서 240가구가 정전 피해를 겪었고, 오전 10시53분께 동래구 한 사찰의 담벼락 2.5m가량이 무너지기도 했다. 비 때문에 도심의 하천물이 불어나 세병교 등 도로 6곳도 통제됐다. 경남에선 시간당 50㎜ 안팎의 많은 비가 쏟아졌다. 남강댐은 초당 1490t의 물을 하류로 방류해야 했다.
교통편도 차질을 빚었다. 이날 새벽 4시45분께 경전선 벌교역∼조성역 사이 일부 선로에 토사가 밀려들어 무궁화호 열차 5편의 운행이 중단됐다. 여수~거문도와 제주~우수영 등 24개 항로를 오가는 여객선 40척의 운항도 통제됐다. 순간최대풍속 22.9m/s의 강풍이 불어닥친 여수공항을 비롯해 울산·김포 등 3곳에선 항공편 11편이 결항했다. 다도해·무등산·지리산 등 국립공원 10곳의 탐방로 287개 구간도 출입이 제한됐다.
기상청은 이날 남부지방에 50~150㎜, 지리산 일대 등 많은 곳은 200㎜까지 비가 더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안관옥 박임근 최상원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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