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무더위에 지친 일부 탐방객이 지리산 국립공원의 고지대를 찾아 야영하거나 샛길을 다니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지리산국립공원 전남사무소 제공
#지난달 24일 오후 9시 지리산 반야봉(해발 1731m) 인근. 야간산행에 나선 6명이 텐트를 치고, 가스버너 여러 대로 안주를 요리해 술을 마셨다. 국립공원공단 특별단속에 적발되자 이들은 “왜 헌법에 보장된 이동의 자유를 침해하냐”고 따졌지만, 짐을 챙겨 10㎞ 떨어진 성삼재로 하산해야만 했다.
#지난 7일 저녁 8시 지리산 만복대(해발 1433m). 30~50대 탐방객 6명이 주위가 어두워지자 백두대간 마루금 위에 텐트를 설치했다. 비박 카페에서 만난 이들은 간이의자를 놓고 아이스팩에서 꺼낸 캔맥주를 나눠 마시던 중 단속에 걸렸다. 이들 또한 단속반원에게 불평을 늘어놓았지만 텐트를 거두고 정령치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와 무더위에 지친 일부 탐방객이 지리산국립공원 안에서 야간에 야영하거나 샛길을 다니다 적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는 지난달 13일부터 4주가량 휴가철에 빈발하는 야간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벌여 22건을 적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천왕봉을 포함한 경남권역에서 8건, 노고단을 중심으로 전남권역에서 12건, 바래봉 인근 전북권역 2건 등이다. 공원사무소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리산 곳곳에서 야영했던 장면을 올리는 사례가 늘어나자 야간단속을 진행했다.
공원사무소는 종복원 사업을 진행 중인 반달가슴곰 등의 서식지를 보전하고, 추락이나 미끄럼에 따른 탐방객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야간산행을 금지하고 있다. 산행은 해돋이와 해넘이 두시간 전후의 시간에 법적 절차에 따라 지정한 탐방로에서 가능하다. 하지만 일부는 장시간 작동하는 조명 장비와 무게를 줄인 텐트 침낭 로프 등을 활용하며 단속을 피해 무모한 산행과 야영을 시도한다. 이들은 자연공원법 위반으로 적발될 경우 과태료 10만원을 물게 된다. 적발 횟수가 두차례면 20만원, 세차례면 30만원으로 가중된다. 현장에선 위반행위를 했을 때 처벌이 가벼워 억지 효과가 작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공원사무소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 3월부터 지리산의 대피소 8곳이 문을 닫았다. 코로나와 무더위에 지친 일부 탐방객이 답답함을 풀기 위해 야영을 시도하고 샛길을 다니지만 일일이 대응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리산국립공원 전남사무소 자원보전과 이창훈 계장은 “공원 지역이 광대해서 일일이 단속하기는 사실상 어렵고, 적발 건수도 위반 사례의 일부에 불과하다”며 “이전에는 인터넷에 산행·야영 정보를 공개적으로 올렸지만 몇차례 단속 이후 끼리끼리 주고받아 단속이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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