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의회는 12일 문재인 대통령의 여순사건 추념식 참석을 요청하는 건의문과 서명부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여수시의회 제공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여순사건 추념식에 참석할지 시민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여수시의회는 오는 19일 열리는 73주년 여순사건 추념식에 문 대통령이 참석해 달라고 요청하는 건의문과 서명부를 12일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 자리에는 전창곤 시의회 의장과 민덕희 여순특위위원장, 주철현 국회의원, 서장수 여순사건 여수유족회장 등이 참여했다. 전 의장은 “고 노무현 대통령도 2006년 제주4·3 희생자 위령제에 참석해 국가폭력을 사과하고 도민을 위로했다”며 “문 대통령이 참석한다면 상생과 화합의 미래를 여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시의회는 앞서 지난 8월 문 대통령의 여수·순천 10·19사건 73주년 추념식 참석을 요청하는 건의안을 채택했다. 시의회는 “문 대통령이 국민을 대표해 국가폭력에 피해를 본 무고한 희생자와 유족들을 위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지난 1~8일 여순사건의 역사와 특별법 제정 과정, 대통령 방문 의의 등을 설명하며 시민·유족 1만1559명의 서명을 받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참석을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10월19일은 아직 국가기념일이 아니고 차기 대통령 선거가 임박해 정치적 행보로 비칠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제주4·3의 전례에 비춰봐도 김대중 대통령 재임 때인 2000년 제주4·3 특별법을 제정했지만 2006년 노무현 대통령 참석까지 6년이 걸렸다는 것이다. 특별법 제정과 대통령 참석 사이에는 국가의 공식보고서 채택이라는 중간단계가 존재했다. 대통령이 참석하려면 두 달 이전 준비에 들어가야 하는데 시일이 너무 촉박하다는 현실론도 뒤따른다.
이런 상황에도 유족들은 “임기 마지막이니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해원에 나서야 한다”며 “올해가 안 되면 내년에, 내년이 안 되면 내후년에도 참석을 요청하겠다”며 간절함을 내비쳤다. 유족 이찬식씨는 “우리에겐 더는 기다릴 시간이 없다. 20년 전에 진상규명을 시작했던 제주4·3과도 다르다. 문 대통령이 꼭 참석해 73년 동안 통한의 세월을 보냈던 이들의 손을 잡아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19일 발발해 전남 동부권과 지리산 일대의 민간인 등 1만여명이 숨지는 등 피해를 냈던 현대사의 비극이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제공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19일 전남 여수읍 신월리에 주둔했던 14연대 군인들이 제주4·3을 진압하라는 명령을 거부하고 진압군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전남 동부권과 지리산 일대의 민간인 등 1만여명이 숨진 현대사의 비극이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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