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 진상규명과 역사바로세우기 범국민위원회는 18일 여수문화홀에서 여순특별법 시행령 마련을 위한 2차 토론회를 열었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제공
국회는 지난 6월29일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여순특별법)을 제정했다. 사건 발생 73년, 법안이 처음 발의된 지 20년 만이었다.
여순특별법은 여순사건을 ‘14연대가 제주4·3 진압 명령을 거부하고 봉기한 1948년 10월19일부터 지리산 입산 금지가 풀린 1955년 4월1일까지 여수와 순천을 포함한 전남·전북과 경남 일부지역에서 일어난 무력충돌과 이의 진압 과정에서 민간인 다수가 희생당한 사건’으로 정의했다. 또 국무총리 소속으로 ‘여순사건 진상규명위원회’(여순위원회)와 전남지사 소속 실무위원회를 두고 1년 동안 신고를 받아 2년 동안 조사한 뒤 6개월 안에 조사보고서를 내도록 했다.
국가폭력 피해를 보고도 ‘빨갱이’라는 낙인에 숨죽였던 유족들은 법 제정을 반겼다. 하지만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특별법은 제정 과정에서 원안이 대폭 수정돼, 지역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이 지적하는 문제점은 △짧은 신고·조사 기간 △업무 추진의 이원화 △조사기구의 부재 △평화재단 설립 유보 △특별재심 배제 △배·보상 외면 등이다. 여순특별법이 전범으로 삼은 2000년 제정 당시 4·3특별법도 이런 점 때문에 20년 동안 여섯차례 개정이라는 시행착오를 겪었는데도, 여순특별법도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는 얘기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19일 여수읍 신월리에 주둔했던 14연대 군인들이 제주4·3을 진압하라는 명령을 거부하고 진압군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전남 동부권과 지리산 일대의 민간인 등 1만여명이 숨진 현대사의 비극이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제공
최관호 순천대 교수는 “고령의 희생자들에게는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며 “신고·조사 기간을 늘리고, 명예회복을 위해 특별재심 조항과 평화재단 설립 등을 추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병로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실무위원회가 비상임인데다 사무처가 없어 진상규명과 직권조사, 보고서 작성 등을 어떤 조직이 책임지고 수행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내년 1월까지 만들어질 시행령을 통해 특별법의 미비점을 우선 보완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장완익 변호사(전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는 “여순위원회와 실무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활동시한 3년이 흘러가면 결과물은 허무하게 된다”며 “시행령으로 여순위원회 안에 5~6개 과로 구성된 소위원회를 설치해 소위원장이 조사업무의 계획과 수행을 관장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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