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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어촌 개벽” 26일 해남 땅끝에서 첫걸음 떼다

등록 2021-10-26 11:29수정 2021-10-27 02:33

김용옥·박진도·정우성·박맹수 등 발기인 참여
두달 동안 8개 시·도 돌면서 행진…민회 개최
26일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서 열린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 전국추진위원회 발대식.
26일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서 열린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 전국추진위원회 발대식.
“농어민이 행복해야 국민이 행복합니다. 농어촌을 살리는 케이(K)농업을 이뤄야 합니다.”

김용옥·백낙청·박진도·정우성·박맹수 등 지식인, 예술인, 종교계 원로와 지역 곳곳의 농어민 활동가들이 농산어촌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전국 순회 대행진을 시작했다.

‘국민 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대행진 전국추진위원회’는 26일 전남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 땅끝마을에서 농산어촌 문제 해결을 국민의 화두로 던지는 순수 민간운동인 농산어촌 개벽대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이날 땅끝마을 전망대에서 봉화를 올려 전국·시도·시군 추진위 출범을 알렸다.

발기인인 박진도 충남대 명예교수는 “성장주의에 짓눌린 농어촌에 미래가 없다. 농어촌에 미래가 없으면 나라의 미래도 없다. 따라서 어설프게 정책 한두가지로 처방할 일이 아니라 천지개벽 같은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철학자 김용옥 선생과 미술인 임옥상 화백은 ‘K농업’ ‘단군의 신시로’, ‘땅 땀 삶’, ‘농산어촌’ 등의 문구를 담은 만장을 썼다. 또 고유문을 통해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다시 들리는 농산어촌을 만들기 위해 대행진에 나선다”고 고했다. 이어 무용가 은하수씨가 행렬을 동그라미로 만든 뒤 함께 손을 맞잡고 서로를 격려하는 ‘단춤’을 선보였다. 민삼홍 해남 추진위원장은 “나라의 땅끝인 해남에서 불씨를 만들어 봉화를 올렸으니 농산어촌 개벽의 물결이 온 나라에 들불처럼 번져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참가자들은 저마다 손팻말을 쓰고 사발통문에 이름을 올린 뒤 ‘농사짓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농업은 산업이 아니라 생명입니다’, ‘대한사람 청년들아 농산어촌 살려보자’ 등 문구가 적힌 만장을 들고 땅끝마을 갈두항 주차장을 한바퀴 돌았다. 농민 박형대(전남 장흥)씨는 “해남의 바람을 서울로 몰아쳐 개벽의 세상을 열자”며 “먹을거리 인권이 실현될 때까지 국민이 응원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끝 순서인 대행진 선언문을 통해 “국민 전체의 행복과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을 위해 반드시 3농(농어민·농어업·농어촌)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내년 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이를 국가와 지역의 의제로 만들기 위해 곳곳을 다니며 국민의 지혜와 열망을 모으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이어 해남읍내 해남문화회관으로 옮겨 지역의 현안을 토론하는 해남민회를 열었다.

이들은 27일엔 폭우로 수해를 입었던 섬진강 변 곡성군 신리마을을 찾아가 강둑을 걸으며 기후위기와 지역위기의 해법을 찾는다. 이어 11월에는 △3~4일 전북 김제·완주·익산 △9~10일 충북 옥천·괴산 △19일 경기 수원·파주 △23~24일 경북 영천·안동 등을 순차적으로 돈다. 12월에는 △1~2일 경남 창원·거창·진주 △9~10일 충남 홍성·아산 △14~15일 강원 평창·춘천 등을 걷는다. 내년 1월 중순에는 서울에서 종합행진을 열어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호소한다.

이들은 곳곳에서 도보행진, 문화공연, 대화마당, 지역민회 등을 열어 농산어촌 개벽의 삼강오략을 제안하기로 했다. 삼강은 △기후위기 △먹을거리위기 △지역위기에 대응하는 농촌을 만들겠다는 목표이고, 오략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농어촌 주민의 행복권 보장 △공익적 직접지불 확대 △먹을거리 기본법 제정 △농어촌 주민수당 지급 △농어촌 주민자치 실현 등 방안이다.

두달 동안 8개 시도, 18개 시·군을 행진하는 과정은 유튜브 ‘지역재단’으로 생중계하고, 모인 영상은 유튜브 ‘도올티브이(TV)’를 통해 지역별로 릴레이 방송할 예정이다.

발기인인 김용옥 선생과 임옥상 화가가 ‘K농업’, ‘땅 땀 삶’이라는 만장을 쓰고 있다.
발기인인 김용옥 선생과 임옥상 화가가 ‘K농업’, ‘땅 땀 삶’이라는 만장을 쓰고 있다.
대행진 발기인으로는 동양철학자 김용옥 선생,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박진도 전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장,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인 배우 정우성, 불교계 원로 도법스님,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상임대표 안영배 신부, 박맹수 원광대 총장, 판화가 이철수 등 50여명이 동참했다. 인터넷으로 모집하는 대행진 추진위원에도 시민·농업·종교·학계·문화·예술 등 각계각층에서 1000여명이 참여했다.

글·사진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 참여자들이 26일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서 두달 동안의 여정을 시작했다.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 참여자들이 26일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서 두달 동안의 여정을 시작했다.

개벽 대행진을 알리는 사발통문. 사진가 김인규씨 제공
개벽 대행진을 알리는 사발통문. 사진가 김인규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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