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성선생기념사업회가 광주학생독립운동역사관에 세운 장재성 선생 흉상. 장재성선생기념사업회 제공
광주시교육청이 ‘메타버스’에 광주에서 전국으로 들불처럼 번진 학생독립운동을 체험할 수 있는 기념공간을 열었다.
광주시교육청은 2일 “학생독립운동 발발 92돌을 맞아 메타버스에 기념공간을 설치하고 랜선으로 주요사적을 소개하는 등 숭고한 독립정신을 계승하는 비대면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를 합성해 만든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세계를 말한다.
메타버스 기념공간에선 게임 같은 환경에서 1920년대 후반 일제강점기의 탄압과 저항, 독립운동에 나섰던 학생들의 의기 등 시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기념공간에는 1929년 11월3일 전후 학생독립운동이 일어났던 당시의 나주역사와 광주일고, 충장로 일원, 장재성 빵집 등 주요 사적을 재현했다. 이 기념공간에서는 19일까지 전국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만세운동 인증 행사를 진행한다. 월곡초등 김지우 학생은 “메타버스에서 잊힌 영웅, 장재성을 알았다. 그는 대단한 사람 같다”고 방문 소감을 말했다. 운암초등 이해중 교사는 “8개 전시물이 배치돼 현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학생들이 굉장히 좋아한다”고 전했다.
랜선 학생독립운동길은 주요 사적 답사와 관련 인물 대담을 통해 학생독립운동의 역사와 정신을 배우는 60분짜리 영상이다. 영상 안에는 운동의 개요, 기념 시설, 주요 인물, 후손 대담 등이 담겼다. 독립운동가 장재성 선생의 아들 장상백씨, 이기홍 선생의 딸 이경순씨는 독립운동에 헌신했지만 이념의 굴레 탓에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아버지의 삶과 유족들의 아픔을 전했다. 대전 호수돈여고 구경모, 부산 동래고 심태현 등 동맹휴학에 참여했던 전국각지 학교의 후배 학생 32명도 참여해 항일정신의 계승을 다짐한다.
시교육청은 1~5일을 학생독립운동 기념주간으로 설정하고 학생독립운동 메타버스기념관 방문, 랜선학생독립운동길 프로그램 시청, 독립운동을 후원한 쿠바 한인 100년 사진전 관람 등을 진행한다. 또 학교별로 계기수업과 기념행사, 현수막 게시 등 활동을 펼친다.
해마다 5·18민주광장에서 열리던 광주청소년 독립페스티벌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대면행사를 줄이는 대신 12월까지 온라인 특별강좌와 청소년 버스킹 등 비대면 프로그램으로 대체한다.
전국 교사를 위한 연수도 20~21일 광주 시내 일원에서 마련한다.
강택구 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장학사는 “거대한 산맥과 같은 학생독립운동의 의미를 전국의 학생들이 너무도 무심히 흘려보내고 있다”며 “미래세대에 걸맞은 방식으로 역사를 기억하고, 행동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독립운동은 1929년에서 1930년까지 광주에서 시작돼 전국 320개 학교 학생 5만4천여 명이 참여한 3·1 운동 이후 민족 최대의 민족운동이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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