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가 ‘부정 청탁·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클립아트 코리아
현직 부장판사가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 청탁·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광주지법 형사 9단독 김두희 판사는 지난 4일 402호 법정에서 지인에게 법률 조언을 해주고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대전지법 부장판사 ㄱ(57)씨와 지인 ㄴ(54·여)씨의 결심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법관으로서 죄책이 무겁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1000만원을 구형했다. ㄴ씨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ㄱ씨는 2017년 4월과 7월 지인 ㄴ씨에게 법률 조언을 해주고 2차례에 걸쳐 현금으로 500만원씩 모두 1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ㄴ씨는 상담센터 운영 과정에 공동 운영자한테 특경법상 횡령 혐의로 고소를 당했고, ㄱ씨에게 진술서 수정 등의 법률 조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ㄴ씨는 횡령 혐의에 대해선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ㄱ씨는 최후 변론을 통해 “면목 없다”고 말했다. ㄱ씨의 변호인은 “ㄱ씨가 아내를 심리 치료하고 함께 심리상담 교육을 받으며 만난 지인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며 “사법 불신을 초래해 뼈저리게 반성하는 점, 법률 조언 자체가 직무의 대가·관련성은 없었던 점, 정직 징계 처분을 받았던 점 등을 두루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또 ㄱ씨의 변호인은 선처를 호소하며 “누구나 저지르는 그 한 번의 실수로 매일 우울증 등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ㄱ씨에게 금품을 건넨 공범의 횡령 범죄를 고발한 이들은 재판장에게 발언권을 요구하며 소란을 피우다 결국 법정 밖으로 퇴정 조처되기도 했다. 이들은 “ㄱ씨가 더 많은 금품을 수수하고 수사기관에 청탁한 의혹에 대해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고 공판은 오는 25일 오후 1시40분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이 사건이 불거지기 전까지 ㄱ씨는 주변에 성실한 판사로 알려졌다. 2018년 2월부터 올해 초까지 광주지법 수석부장을 지낸 ㄱ씨는 올해 초 법원장 추천제로 광주지법원장 후보까지 올랐지만 스스로 물러난 바 있다. 당시 ‘낙마’가 이 사건 때문이라는 말이 돌았고, ㄱ씨의 금품 수수 의혹은 사법부 내부에 큰 충격을 줬다. ㄱ씨는 지난달 19일 정직 6개월과 1000만원의 징계부가금 부과 처분을 받았다.
한편, 부정 청탁·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은 법관 등 공직자가 직무와 관계없이, 한 사람으로부터 1회 100만원이나 한해에 30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는 것을 규제하고 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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