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 도초도의 화도리 선착장~지남리 수국공원을 잇는 팽나무 10리 길. 신안군청 제공
천사섬 정원을 가꾸고 있는 전남 신안군에 토지와 수목을 기부하는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신안군은 9일 “세계 최대 섬 정원을 목표로 지난 2018년부터 사계절 꽃피는 1004섬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정원사업이 외신에 소개되는 등 성과를 내면서 이에 공감한 이들이 토지나 수목을 기증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군 공원녹지과 이순나씨는 “섬 정원화 사업은 우선 주민의 삶터를 아름답게 가꾸고, 다음으로 관광객한테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뜻으로 시작됐다”며 “신안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분들도 기증 대열에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토지 소유주는 섬 공원화를 지지하며 억대가 넘는 장산·도초·안좌도 등지 토지를 쾌척했다. 서울시민 정아무개씨는 2019년 3억원 상당의 장산면 오음·대리 일대 임야 3만3천㎡(1만평)를 기증했다. 정씨는 “사계절 꽃피는 아름다운 섬을 조성하는데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다”고 전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원하지 않는 다른 이는 같은해 2억원 하는 도초면 우이리 임야 45필지 6만6천㎡(2만평)를 기증했다. 또 다른 이는 올해 1억원으로 추산되는 안좌면 마명리 임야 1만1220㎡(3400평)를 내놨다.
한 섬에 한 수종을 심어 ‘퍼플섬’ ‘수국섬’ 등 주제별 정원을 가꾸는 사업에도 참여 열기가 뜨겁다.
팽나무 10리 길을 조성한 도초도에는 목포 남원 부안 순천 등 전국 각지에서 수령 60~100년 팽나무 600그루를 비롯해 낙우송 610그루, 금목서 100그루, 목련 200그루 등 각종 수목 2천500여그루 114억원어치가 들어왔다.
매화도로 유명한 화가 조희룡의 유배지였던 임자도에는 해남의 보해매실농원이 높이 4m, 지름 30cm가 넘는 40년생 매화나무 1068그루, 한국화가 김아무개씨가 40~50년생 토종 홍매화 343그루를 각각 기증해 매화로 특화한 섬의 운치를 연출하는 데 힘을 보탰다.
해남의 한 농장은 “많은 주민이 나무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써달라”며 호랑가시, 감탕나무 등 높이가 3m 안팎인 진귀한 수종 3761그루, 17억원 상당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나무들을 도로와 마을 주변에 심어져 생활경관을 조성하거나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등 공익적 기능을 하고 있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나무와 숲, 정원의 가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기부받은 토지와 수목을 활용해 숲이 울창한 섬, 꽃이 만발한 섬을 가꾸어 후손에게 물려주겠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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