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 요금 인하와 투기자본의 공공적 통제를 위한 시민대책위가 30일 광주 광산구 ㈜해양에너지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직원의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광주·전남 일부 지역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해양에너지의 20대 신입 직원이 회사 회식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족과 시민단체는 ‘회사 내 괴롭힘’ 의혹을 제기하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도시가스 요금 인하와 투기자본의 공공적 통제를 위한 시민대책위’(시민대책위)와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30일 광주 광산구 해양에너지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해양에너지의 권위적인 기업문화, 부당한 노동행위를 당연하게 여겼던 잘못된 관행이 젊은 신입사원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노동청은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씨의 죽음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오전 8시20분께 광주 광산구의 한 아파트 1층 화단에서 조아무개(24)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조씨가 같은 날 0시30분께 스스로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찍힌 폐회로텔레비전 영상 등을 토대로 조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유족은 신입사원이었던 조씨가 평소 회사 상급자들의 폭언 등에 시달린 상황에서 술자리까지 강요당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부터 3개월간 인턴을 거쳐 올해 1월부터 정직원으로 근무한 조씨가 직무 외 업무에 시달렸고 상사의 폭언, 잦은 회식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혈뇨까지 생겼다는 게 유족 쪽 주장이다.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던 조씨는 9월이 돼서야 “과중한 업무 때문에 힘들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조씨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직전에도 가족에게 통화해 “힘들다”고 말했다.
유족 대리인 홍관희 민주노총 법률원 공인노무사는 “조씨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날 저녁 7시부터 0시까지 상급자의 집 근처에서 4차까지 이어진 술자리에 동석했다. 조씨가 숨진 채 발견된 아파트는 회사 상급자의 자택으로 알려져 조씨가 죽음으로써 고통을 알렸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1982년 설립한 해양에너지는 광주와 전남 8개 시·군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소매사업자다. 올해 7월 다국적 사모펀드 운용사인 맥쿼리자산운용이 지분 100%를 인수했고,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도시가스 요금 인상 우려가 제기되는 중이다. 회사 쪽은 조씨 투신과 관련해 “내놓을 만한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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