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ㅎ대 유아교육과 학생회 오픈 채팅방 갈무리.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제공
“먼저 저희도 누가 반지값을 시작했는지 모른다는 점, 18학년도까지 강제로 반지값을 걷었고, 19학년도에 모두가 없애고자 이야기를 나눴고 투표를 통해 줄여나가기가 결정된 점 알려드리고 싶어요.”
최근 광주 ㅎ대 유아교육학과 오픈 채팅방에 올라 있는 과 학생회 해명이다. 과 학생회는 졸업생들에게 건넬 ‘졸업 반지 값’을 1학년 3만5천원, 2학년 1만5천원, 3학년 5천원씩 현금으로 걷기로 했다가 반발에 부딪혔다. 과 학생들은 2004년부터 졸업생들에게 선물로 금반지를 건넸다가 금값이 폭등했던 2019년부터 졸업선물을 현금으로 건네는 것으로 바꿨다. 이와 함께 2019년부터 학년마다 5천원씩을 줄이는 ‘반지값 줄이기’ 운동을 펼쳐 졸업반지 선물 첫 시행 때 10만원이던 졸업생 현금 선물 액수를 올해는 5만5천원까지 줄였다.
하지만 이 학과 신입생 등 일부 학생들은 과 학생회에서 1학년 3만5천원, 2학년 1만원, 3학년 5천원씩을 졸업선물용 현금으로 모금하려고 하자 반발했다.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2일 “과 학생회가 졸업선물 제공을 목적으로 후배들에게 강제모금을 한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다수 학생은 ‘졸업선물 제공을 위한 모금은 악습’이라며 반발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부 학생들이 과학회장과 학과장에게 악습이 대물림되지 않도록 도와달라며 피해를 호소했으나, 이를 묵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박고형준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상임활동가는 “졸업선물 강제모금은 학년 위계질서를 기반으로 약자의 자율의지를 억압하는 명백한 인권침해이니 전수조사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에 지도감독 등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대학 쪽은 “학생들이 2004년부터 졸업생들에게 선물을 건네는 풍습을 이어온 것은 맞지만, 일부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학생회에서 어제 학생들이 낸 현금을 모두 돌려줬다. 졸업선물을 마련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 시절을 추억하고 동문 간 결속을 다진다는 명목으로 만들어졌던 전국 대학가 졸업 반지 풍습은 인권침해 논란이 일면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2014년 전남대 미술학과에서 졸업 반지 값을 걷는 행위를 고발하는 대자보가 붙은 적이 있고, 서울대 간호학과(2016년), 청암대 응급구조학과(2019년)에서도 졸업 반지 강제모금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이 제기된 바 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