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전남 함평군 함평읍 함평엑스포공원 주차장에서 진단검사를 받으러 온 주민들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연말 정기공연을 앞두고 있던 광주·전남지역의 문화예술단체 단원들이 잇따라 코로나19에 감염돼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공연 준비·진행 과정에서 방역지침을 제대로 지키지는 않는 ‘방역 불감증’이 집단감염을 부른 것으로 보인다.
13일 전남도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7일 첫 확진자가 나온 전남도립국악단 관련 누적 확진자는 이날 8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지난 3, 4일 전남 무안에서 정기공연을 했다. 방역당국은 관객·스태프 등 500여명을 전수검사하고 있다.
일부 단원들은 정기공연 전 발열과 기침 등 감기 증상을 보였지만 정기공연 무대에 서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공연이 끝난 뒤에야 개별적으로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남도립국악단원은 “공연 참여자들은 열 체크와 손 소독이 기본인데도 지키지 않았고 공연 전 코로나19 검사를 단 한 번도 실시한 적이 없다”며 “정기공연 때 약 25명이 앉을 수 있는 분장실 2곳 중 남성 분장실엔 분장사들까지 입실해 초만원이었고, 여성 분장실도 한꺼번에 단원들이 몰려들어 감염을 우려하는 말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광주도 정기공연을 앞둔 예술단체 단원들이 집단감염됐다. 단원 1명이 지난 1일 확진 판정을 받은 광주 동구구립합창단은 이날 현재 단원 33명 중 11명이 감염됐고, 전체 누적 확진자가 60명으로 늘었다. 14일 정기공연을 앞둔 합창단의 단원들은 50~60대가 대부분인데, 확진자 11명 돌파감염된 경우였다. 광주의 올해 공연 현황은 코로나19 전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시 집계 결과, 2019년 7곳 공연 시설의 공연 건수는 666건이었다가 지난해 386건으로 줄었지만, 올해는 665건으로 다시 늘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전남도는 민간 행사와 관련해 정부 지침보다 더 강화된 방역지침을 내놓았다. 현재 정부 지침은 민간 행사의 경우 접종 완료자만 참석하면 499명까지 가능하고, 99명까지는 접종 완료 여부와 관계없이 참석할 수 있게 돼 있는데, 전남도는 민간 행사 참석자를 접종 완료자 199명으로 강화했고, 공공기관 주최 행사도 접종 완료자 99명만 참석할 수 있도록 강화했다. 광주시는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할 방침이다.
신민호 전남대 의대 교수(예방의학과)는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는 시점에서 추가접종(부스터샷) 비율이 어느 정도 올라갈 때까지는 공연 등 민간 행사를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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