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광주광역시장(왼쪽)이 16일 오후 시청 비즈니스룸에서 김동찬 신임 광주상생일자리재단 대표이사에게 임용장을 전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전 광주시의회 의장 일자리 만드는 게 ‘광주형 일자리’인가?”
김동찬 전 광주시의회 의장이 시의원 임기 6개월을 남겨 놓고 중도사퇴한 뒤 광주형 일자리 관련 재단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겨 빈축을 사고 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16일 광주상생일자리재단 김동찬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해 성명을 내어 “김 대표이사가 광주시의원으로서 6개월의 임기를 남겨 놓은 상태에서 지역민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시의원으로서 임무와 역할을 스스로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8대 전반기 광주시의회 의장을 지낸 김 대표이사는 지난 15일 시의원직을 사직하고 이튿날 광주상생일자리재단 대표이사로 임명됐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또 “광주상생일자리재단 대표이사로서 경영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 노동정책 전반에 이해와 전문적 지식 등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나 과연 대표이사로서 자격이 되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광주상생일자리재단은 지난해 4월 광주시가 광주형 일자리 추진 과정에서 한국노총이 제안한 의견을 받아들여 노사민정 협의를 뒷받침하기 위해 설립하기로 약속했던 기구다. 광주시가 운영비 등 23억원을 출연했으며, 임원은 모두 12명이다. 대표 이사 연봉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2급 이사관 대우급인 7천만~1억원 수준일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지난 9월15일 광주 빛그린국가산업단지 본사 공장에서 이용섭 광주시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박광태 대표이사(왼쪽에서 두 번째)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형에스유브이(SUV) 캐스퍼 1호차 생산 기념식을 열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또 “(김 전 의장의 임명이) 현 이용섭 시장의 재선 발판용으로 귀결된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 아닌가 하는 지역 우려가 있다는 사실이 더욱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광주지역 시민단체 인사들도 비판하고 나섰다. 기우식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시의원 임기 6개월을 남은 시점에서 정치적 이익에 따른 중도사퇴는 공직자로서의 자격에 의심을 품게 만든다. 김 대표이사는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이사는 “내년 새해 지역 예산까지 확보하고 폐회하고 나서 사퇴했지만, 도의적으로 지역민들에게 죄송하다. 대표이사라는 자리에 연연하기보다 7, 8대 시의원을 하면서 광주형 일자리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의정활동을 해 도전한 것”이라며 “광주상생일자리재단의 가치가 노사 동반 성장인데 부족하지만, 조정자의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시 쪽도 “지난 10월부터 임원 공모와 임원추천위원회 심사 등의 절차를 통해 대표 이사 등이 선발됐다”고 밝혔다.
광주형 일자리와 관련한 부적정 인사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91년 9월 광주형 일자리 모델 자동차 완성공장 ㈜광주글로벌모터스(지지엠) 초대 대표이사에 박광태 전 광주시장이 임명됐을 때도 시민단체 등이 재임 기간(2005~2009년) ‘상품권 할인판매’ 사건으로 징역형을 받은 전력을 들어 반발했다. 이에 이용섭 광주시장은 2019년 10월15일 광주시의회 본회의 답변에서 “인사위 추천을 받아 주주들 만장일치로 임명한 사람을 바꾸라고 하면 어떻게 되겠나?”라고 밝혔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지난 11월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박광태 대표이사 중임을 의결했다.
한편 광주글로벌모터스는 광산구 빛그린산업단지 내 자동차 생산공장에서 지난 9월부터 경형 에스유브이(SUV) 캐스퍼를 현대차로부터 위탁받아 생산 중이다. 1단계로 570명의 직원을 채용했다. 광주글로벌모터스의 자기 자본금 2300억원 중 광주시 출연기관인 광주그린카진흥원이 483억원(21%)으로 1대 주주이며, 현대차는 437억원(19%)으로 2대 주주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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