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부작 영상 ‘5월18일생’을 제작 중인 송동윤 감독.
“전두환은 죽었지만, 나의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재작년 5월 나온 자신의 소설 <5월18일생>(스타북스)을 50부작 영상 ‘5월18일생’으로 제작 중인 송동윤(59) 감독은 21일 “항쟁의 진실과 광주정신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6~10분짜리 영상을 제작해 지난 1일부터 매주 1~2회씩 유튜브 ‘송동윤티브이’에서 공개하고 있다. 영상소설이라는 실험적인 방식으로 지금까지 유튜브를 통해 모두 5회분을 선보였다. 송 감독은 “10일간의 5·18항쟁 마지막 날이 5월27일이다. 내년 5월27일 무렵까지 소설을 영상으로 제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1980년 5월18일에 태어난 여자와 그 엄마, 그리고 공수부대원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민간인 학살의 죄책감을 느껴 자살을 시도해 코마 상태에 빠진, 요양병원에 갇혀 있는 공수부대원과 5월18일 남편을 잃은 여성, 그 여성의 딸이 결국 한 지점에서 만나 용서하고 화해한다는 소설 내용이 영상으로 표현된다. 송 감독은 “일부에서 유가족 등 피해자들의 상처를 계속 후벼파고 있다. 뉘우치지 않는 자들을 용서할 수는 없다”며 “5·18 현장에서 보고 느낀 것을 영상으로 담아 진실을 밝히고 용서와 화해의 방향을 제시하고 싶다”고 했다.
80년 5월 재수생이었던 송 감독은 현장에서 오월의 참상을 겪었다. 그해 5월18일 금남로에서 친구를 기다리다가 갑자기 나타난 공수부대 폭력에 영문도 모른 채 쫓겼다고 한다. 셔터가 내려지던 상점 안으로 겨우 피신한 그는 담을 넘어 재래식 화장실에서 덜덜 떨면서 어두워질 때까지 숨어 있었다. 이후 시위에 가담한 송 감독은 5월21일 옛 전남도청 앞 금남로 집단발포 현장에서 ‘죽음’을 목격했다. 계엄군이 일시 철수한 뒤 시민군의 거점이 된 옛 전남도청으로 들어간 그는 시민들의 주검을 운구하고 관을 정리했다. 송 감독은 “시간이 길어지면서 서서히 두려움 속으로 빠져들었다”고 했다. 계엄군 진압작전 하루 전인 5월26일 광주를 빠져나왔다. 이틀 뒤인 5월28일 증심사 인근 하숙집으로 돌아가던 그는 공수부대원에게 붙잡혀 죽음의 고비를 가까스로 넘겼다.
대학에 진학해서도 방황했다. “살아남은 자의 좌절감”이 그를 괴롭혔다. 3개월 만에 자퇴하고 산속 암자로 숨었다. 학적변동자로 영장이 나와 입대했다. 또다시 입시를 치르고 입학했지만 5학기 만에 자퇴했던 그는 1987년 가을 도피하듯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7년 만에 독일 보훔대에서 연극영화티브이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1995년 귀국해 10년 동안 한일장신대 연극영화과 교수로 재직했다. 송 감독은 “그간 시민운동과 강연, 출판과 기고 등을 통해 5·18의 진실을 알리는 데 미력하나마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그는 제작비를 자비로 충당하고 있다. 남소연·송승기·승한 스님·현서영·송연·임유택 등 배우들도 영상 제작 취지에 공감해 열연하고 있다. 송 감독은 “5·18 현장 분위기를 잘 알기 때문에 누구보다 오월의 진실을 영상으로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영상소설을 제작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리기가 쉽지 않다. 많은 분이 응원해주는 게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송 감독은 50부작 제작이 끝나면 1시간짜리 6부작으로 재편집해 <넷플릭스> 등 영화플랫폼 개봉에도 도전할 생각이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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