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채 살아온 20대와 10대 제주 세 자매에게 학대 정황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31일 세 딸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의무교육을 하지 않은 혐의(아동복지법 교육적 방임)로 ㄱ(44)씨를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아동복지법 교육적 방임은 아동에게 필요한 교육을 받지 못하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ㄱ씨는 막내 딸(15)양을 중학교와 초등학교(의무교육)에 보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성인이 된 두 딸(22·24살)에 대해서도 여태껏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세 자매는 그동안 의무교육뿐만 아니라 의료 혜택도 받지 못했다.
제주동부경찰서 쪽은 “세 자매를 신체·정서적으로 학대한 정황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나름대로 집에서 공부도 시키고 했더라. 세 자매 모두 밝고 온순한 편”이라고 밝혔다. 세 자매는 언론에 자신들의 사연이 알려진 뒤 심리적 부담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쪽은 “지난 24일 시의 신고를 받고 자택에 찾아갔다. 세 자매가 ‘나쁜 엄마가 절대 아니다’라고 호소하며 엄마가 처벌받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소 세 자매는 아버지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 등을 사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ㄱ씨는 “평소에 남편과 출생신고를 해줘야 한다는 생각은 해왔지만 결국 못했다. 후회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성인이 된 딸들은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검정고시를 응시할 수 없는 등 사회생활이 쉽지 않자 몇 차례 출생신고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 자매의 사연은 ㄱ씨가 지난 20일께 제주시 한 주민센터에 사실혼 관계였던 배우자의 사망신고를 하면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첫째 딸이 ㄱ씨에게 언제 출생신고를 해 줄 것인가를 묻자, ㄱ씨가 주민센터 쪽에 출생신고 절차를 문의했다. 주민센터 쪽은 사망자 호적에 자녀가 없는 것을 확인해 세 자매 모두 무호적 상태인 것을 알게 됐다.
주민센터에서 사회복지사 면담을 통해 조사한 결과 ㄱ씨는 세 자녀 모두 집에서 출산했고 출산 후 몸이 안 좋아 바로 신고를 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 자매는 초·중·고 정규 교육을 한 번도 받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세 자매 모두 크게 아픈 적이 없어 병원에 간 적도 없고, 집 안에서 인터넷 강의를 통해 공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어머니 ㄱ씨는 최근까지 식당에서 일하다 몸이 아파 그만뒀고 20대 두 자매는 사회생활을 준비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시는 가정법원에서 유전자 검사를 해 친자 관계가 인정되면 이들이 출생신고를 하고 주민등록번호도 부여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유전자 검사 결과는 이르면 다음 주께 나올 예정이다. 시는 또 이들 가족의 생계가 어려운 점을 고려해 3개월간 생활비를 지원하는 긴급지원제도를 신청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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