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고 김다운 전기노동자 산재사망 추모 및 위험을 외주화한 한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기 노동자들이 고압전류가 흐르는 전봇대에서 작업하다 감전돼 숨진 김다운씨를 추모하고, 위험 작업을 외부에 떠넘긴 한국전력공사의 처벌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10일 오후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산재사고로 숨진 고 김다운 전기 노동자를 추모하고 위험을 외주화한 한전을 규탄했다. 김다운씨는 지난해 11월5일 오후 4시께 경기도 여주시 한 오피스텔 현장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10m 높이 전봇대에서 작업하다 고압전류에 감전되는 사고를 당했다. 그는 이 사고로 상반신에 심한 화상을 입고 급하게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 사고 19일 만인 같은 달 24일 숨졌다. 건설노조는 김씨가 작업한 회로차단 전환 스위치(COS·Cut Out Switch) 투입·개방은 애초 한전 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던 일이며 2020년 3월 정규직 노동자가 추락하는 등 사고가 발생하자 이듬해 4월 하청업체로 떠맡겼다고 항의했다. 이들은 “위험 작업을 하청업체에 맡기고도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중대재해를 유발한 한전은 김다운씨 유족한테 사죄하고, 직접 고용을 약속해야 한다”며 “한전이 하면 공사비에 얽매이지 않고 적정시간을 배정해 절연된 활선차량으로 2인1조 작업이 가능하다. 한전이 이 공정을 업체에 떠넘기는 순간 사고는 예견됐다”고 비판했다.
노조 집계를 보면, 최근 3년간 현장에서 숨진 전기 노동자는 2019년 6명, 2020년 6명, 지난해 8명 등 모두 20명이었다. 조합원들은 “전기 노동자는 죽을 고비를 수십번 넘기며 아슬아슬 작업하고 있다”며 “가족들마저 위험 외주화의 피해자로 조바심하고 있는 만큼 건강안전실태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직접고용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건설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도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유족은 호소문을 통해 “한전은 발주처라며 도급인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진실을 밝히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한전은 비판이 거세지자 9일 공식사과하고 직접활선 작업 퇴출, 전기공사 현장 안전담당자 배치 등을 약속하는 안전대책을 내놨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이날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2018년부터 간접활선 작업으로 전환 중이지만 30%는 직접활선 작업을 하고 있다”며 “이를 완전히 퇴출해 작업자와 위해 요인을 물리적으로 분리하겠다”고 밝혔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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