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농민단체협의회가 4일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장격리용 쌀 20만t을 최저가 입찰로 매입하려는 정부의 방침을 규탄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제공
임박한 정부의 쌀 20만t 매입을 앞두고 농민들이 다시 거리로 나섰다. 농민들은 최저가 입찰 방식이 눈치 보기와 헐값처분을 조장한다고 한탄하고 있다.
농민단체 7곳으로 꾸려진 광주전남농민단체협의회는 4일 전남 무안의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쌀 시장격리를 시행하면서 최저가 입찰로 매입해 오히려 쌀값 폭락을 부추긴다”며 정부와 여당을 규탄했다.
농민들은 “지난해 쌀 생산량은 388만t, 수요량은 361만t으로 27만t이 초과 생산됐다”며 “수확기부터 초과량을 시장 격리해 쌀값 폭락을 막으라 요구했지만 산지 쌀값(정곡 20㎏)이 두 달 만에 5만6803원에서 5만1254원으로 9.8% 떨어질 때까지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농민들은 이어 “정부가 지난해 12월 20만t을 시장에서 격리하겠다고 발표한 뒤에도 쌀값 폭락은 지속됐다”라며 “정부가 입찰 예상가격을 공개하지 않은 채 최저가 낙찰제로 매입 값 후려치기를 시도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농민들은 “이런 현실에도 전국 곳곳에 ‘민주당이 쌀값을 지켜냈습니다’라는 펼침막이 나붙었다”며 “쌀값 폭락을 방관하면서도 선거 때 표만 달라는 민주당은 각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호 광주전남농민단체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쌀값 지지가 목적이라면 최소한 수확기 평균가격(40㎏ 조곡)인 6만7천원에 매입해야 한다”며 “이미 6만5천원에 자체 수매한 지역농협들이 시세가 6만1천원으로 떨어지자 불안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농민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항의서한을 민주당 전남도당에 전달했다.
광주전남농민단체협의회가 4일 전남 무안의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을 찾아가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제공
앞서 전국쌀생자협회도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고 “정부가 시장격리 입찰 예상가격을 공개하지 않는 바람에 농민들은 예상가를 저울질하느라 이루 말할 수 없는 혼란에 빠졌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정부가 관례를 내세워 예상가를 공개하지 않자 농가와 농협은 극심한 눈치 보기와 유찰에 대한 우려로 몸살을 앓고 있다”며 “쌀값을 안정시키겠다면서 시중 가격에도 못 미치는 최저가로 매입한다니 말이 되느냐”고 일갈했다.
정부는 오는 8일 오전 9~12시 온라인 농협조곡공매시스템을 통해 2021년산 쌀 20만t을 매입해 시장에서 격리한다. 지역별로 △경기 1만859t △강원 4874t △충북 6877t △충남 3만7753t △전남 5만5724t △전북 3만8386t △경북 2만9065t △경남 1만1452t을 배정해 도별 최저가로 낙찰한다. 이날 입찰에는 지역농협과 민간 산지유통업체(RPC), 농가 등이 참여할 수 있고, 입찰물량은 최저 100t부터 최고 3000t까지 제한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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