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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김 31%가 영양실조…‘황백화’ 피해 급증

등록 2022-02-10 04:59수정 2022-02-10 07:21

전국 3대 주산지인 해남, 수거 못해 발 동동
지난해 말부터 황백화 현상이 나타난 김. 해남군청 제공
지난해 말부터 황백화 현상이 나타난 김. 해남군청 제공

“올해 김 농사는 다 끝장났어요. 바다를 바라보며 한숨만 쉬고 있지요.”

평생 김 양식을 해왔다는 어민 이승철(58·전남 송지면 내장리 어촌계장)씨는 8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여느 해 같으면 물김을 채취하느라 온종일 바다에서 보내는데 올해는 속이 상해서 일주일째 어장에 나가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 말부터 애초 검붉던 물김 색깔이 시들시들 누렇게 변했다. 김 양식장 70%에서 황백화가 나타나 채취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손 놓고 있다”고 말했다.

100m짜리 김발 330줄을 시설한 그는 지난 3일, 상황을 점검해달라는 군 요청에 못 이겨 마지막으로 바다에 나갔다가 더욱 실의에 빠졌다고 한다. “대번식한 플랑크톤이 마을 앞 갈도~논개섬 사이 내만을 훑고 연안으로 진출하는 것을 보고 앞이 캄캄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김 양식은 망친 셈 쳐도 내년, 후년에도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전국 김 생산 3위인 전남 해남군 바다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12월부터 나타난 황백화 현상이 내만에서 연안으로, 김에서 다시마로 확산하며 피해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주산지인 해남~진도해역 어민들은 “올겨울 바다 농사는 끝장났다”고 입을 모은다. 이 상태라면 물김 수매조차 불가능해 아예 채취를 포기하는 어민들이 속출할 전망이다. 피해는 다시마 양식 어가로도 번져가고 있다. 이맘때면 물김 채취선 70~80척이 빼곡해 활기찼던 이 해역엔 어선 10척 미만이 띄엄띄엄 떠 있을 뿐 한적하기만 하다.

황백화는 해조류들이 검거나 붉은 본래 색깔을 잃고 노랗고 하얗게 바뀌는 것을 가리킨다. 식물성 플랑크톤(규조류)이 대량 발생하면서 바다 영양분을 흡수해 해조류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런 이유로 어민들은 황백화를 ‘해조류 영양실조’라고 부른다.

황백화 피해 비율은 이날 현재 김이 31%(29개 어촌계 2980㏊, 162억원), 다시마가 11%(3개 어촌계 152㏊, 8800만원)로 조사됐다. 통상 해조류 수확이 4월에 마감되기 때문에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명현관 해남군수가 8일 다시마 엽체 녹음과 탈락 피해 해역을 방문해 점검하고 있다. 해남군청 제공
명현관 해남군수가 8일 다시마 엽체 녹음과 탈락 피해 해역을 방문해 점검하고 있다. 해남군청 제공

해남군은 어가별로 피해 신고를 받는 중이고, 발병 원인과 피해 규모를 파악한 뒤 농어업재해대책법에 따른 재해 복구를 해양수산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지난 3일에는 물김 수거 폐기 예산 40억원을 국비나 도비로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김대용 군 어업진흥팀장은 “피해 양식장에서 물김을 수거하도록 하루 25만원의 어선임대료를 지원하고, 수거한 물김을 수매해 폐기할 수 있도록 3억원을 편성했다”고 전했다. 어민들은 “김 양식 시설 1줄에 투자비 70만~80만원이 들어가고, 코로나로 인부 인건비도 한달 300만원까지 상승해 상황이 매우 어렵다”며 “물김 120㎏ 한 망에 11만~12만원으로 시세가 좋을 때 타격을 입어 피해가 크다”고 전했다.

피해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달 18일 국립수산과학원, 전남 해양수산과학원, 해남군, 해남군수협 등의 전문가와 송지면 어촌계장 등 17명이 참여해 합동조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조사에서 규조류 대량 발생으로 영양염 농도가 낮아지면서 피해가 났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을 뿐, 규조류가 대량으로 발생한 원인을 찾지는 못했다. 내장어촌계를 중심으로 김발 설치 간격을 현재 3~4m에서 8m로 늘리고, 갯벌 바닥의 퇴적물을 정화하는 등 자구 노력으로 해조류 양식의 지속가능성을 높이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황백화로 누렇게 변한 수확 전 물김. 해남군청 제공
황백화로 누렇게 변한 수확 전 물김. 해남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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