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무중력지대 성북’이 비대면으로 운영한 트레이닝 프로그램. 무중력지대 성북 페이스북 갈무리
광주 동구청은 최근 공모를 거쳐 1인가구 주민이 언제든 마음 편하게 찾아서 식사할 수 있는 ‘혼밥식당’ 20곳을 지정했다. 해물요리, 돈가스, 파스타, 돼지고기, 주꾸미, 김밥 등 식당마다 음식 품목이 다양하다. 동구청은 혼밥식당으로 선정된 음식점에 표지판을 달아주고, 약간의 위생용품도 지원할 방침이다. 민점남 동구청 건강도시담당은 “혼밥식당 주인들이 혼자서도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분위기도 만들고 1인 메뉴도 추가로 개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홀로 사는 1인가구를 위한 자치단체들의 정책들이 다양해지고 있다. 전국 1인가구 비율이 31.7%(2020년 말 기준)에 이를 정도로 보편화하면서, 홀몸노인 지원 대책뿐 아니라 독립된 삶을 추구하는 2030세대의 식사·건강 등을 보살펴야 한다는 필요성이 지방자치단체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시장 직속 1인가구 특별대책추진단을 꾸린 서울시는 올해 4월 초 중장년 1인가구를 대상으로 ‘인공지능(AI) 대화서비스’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혼자 사는 중장년층 300명에게 인공지능 시스템을 통해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고 운동이나 취미활동 등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는 시스템이다. 3월부터는 1인가구를 대상으로 재무관리와 노후설계 맞춤형 교육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11월엔 ‘1인가구 병원 안심동행서비스’를 도입했다. ‘아플 때 제일 서럽다’는 독신 세대주에게 응급상황이 발생해 병원에 가야 하는데 돌봐줄 이가 없는 경우 동행자를 붙여주는 서비스다. 이용 건수는 지난해 11월 106건, 12월 261건, 올해 1월 282건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경기도 성남시는 중위소득 90% 이하인 1인가구가 입원할 때 간병비의 70%를 연 3일 이내에서 최대 21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전국 시도별 1인가구 비율. 국가통계포털 갈무리
성남시는 1인가구들이 모여 여가·문화 동아리 활동을 할 경우 1인당 월 3만원씩, 1년 최대 6회까지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세대별로 4~8명이 참여하는 17개 동아리가 악기 배우기, 봉사활동 함께하기, 유기동물 돌보기, 영화 함께 보기 등 다양한 모둠 활동을 했다. 생활지원 도움이 필요한 1인가구엔 성남시 관내 복지관에서 자원봉사팀과 함께 형광등 교체, 못 박아주기, 샤워꼭지 교체 등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
복지회관과 노인복지관 6곳의 식당 기자재를 활용해 비대면으로 1인가구 주민들과 요리를 함께 하는 ‘공유주방’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디지털방에 모인 참가자 5~6명이 비대면으로 음식 만들기 시범을 보이는 요리사를 따라 각자의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하는 방식이다.
서울 청년공간인 ‘무중력지대 성북’은 정신건강 상담프로그램, 집 관리·수리 강좌, 인문학 교실 등 ‘커뮤니티 학교’를 운영한다. 오창민 센터장은 “1인가구의 커뮤니티 단절을 막기 위해 내놓은 서비스에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시도별 1인가구 비율. 국가통계포털 갈무리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안전 정책들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서울시 안심마을보안관 사업이 대표적이다. 다가구주택 밀집지역 등 15개 지역에 동네 골목골목을 잘 아는 전직 경찰관이나 무도인 등 ‘보안관’을 4명씩 모두 60명 배치하는 사업이다. 이들은 제복 차림으로 경광봉을 들고 밤 9시부터 새벽 2시30분 사이 순찰을 한다. 송미정 서울시 1인가구 특별대책추진단 총괄팀장은 “보안관들이 매일 밤 순찰을 하면서 예방 효과가 크다. 귀갓길 동행 서비스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수년 새 홀로 사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들이 사회적 주목을 받으면서, 경남도와 서울 중·관악·마포·용산·노원구, 대전 대덕·유성·동구, 부산 부산진구, 경남 거창군 등은 문열림 센서, 휴대용 비상벨, 창문 잠금장치 등 여성 1인가구를 위한 ‘안심홈 3종 세트’ 보급에 나서기도 했다.
정대하 손고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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