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모 대표 일꾼 심우재로 알려진 하성흡 작가가 지난달 20일 지인들과 꾸린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의 연대’라는 소모임. 하성흡 작가 제공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에서 ‘심우재’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며 대표일꾼을 지냈던 하성흡(59)화가가 대선을 앞두고 투표 참여를 격려하고 나섰다.
하씨는 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달 20일 ‘잠 못이루는 사람들의 연대’라는 소모임을 꾸렸다”며 “순수 일반 촛불 시민단체로 투표 참여를 독려하자는 데 동의하는 사람들이 모인 단체”라고 말했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사회적관계망서비스 등에 글을 쓰면서 사용했던 화실 이름 ‘심우재’가 본명보다 더 알려졌다. 하 작가가 창립을 주도한 잠 못이루는 사람들의 연대는 지난달 26일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350여명이 참여해 시민 촛불 집회를 열었다. 광주 동구 장동에 있는 그의 작업실은 모임의 ‘야전사령부’가 됐다.
모임 이름은 “(선거판을 보면서) 많은 분이 잠 못 들고 울분에 차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 작가는 “(이 모임은)현대판 의병들의 봉기 쯤 되겠습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리며 불면의 밤을 보내는 시민들이여 우리 함께 합시다”라는 모임 창립 취지를 담은 글을 사회적관계망서비스에 올렸다. 하 작가는 전날 자동차에 ‘절박해서 거리로 나왔어요’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붙이고 거리를 도는 투표 참여를 격려하는 홍보전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그간 우리 사회가 이룩해 놓은 민주주의의 성과가 물거품이 될 것 같은 위기감을 느꼈다. 역사의 수레바퀴가 과거 독재의 시대로 되돌려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년 전 노사모 때와 달라진 것은 세월의 무게였다. “그때와 딱 차이 나는 게 흰머리예요. (웃음) 그때는 젊었어요. 마음도 달라지지 않고 활동력도 떨어지진 않았지만 옛 노사모 회원들이 다들 나이가 드셨더라”고 말했다. 잠못이라는 사람들의 모임은 이날 저녁 8시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촛불시민 모임을 열 예정이다. 하 작가는 이날 아침 사회적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을 한 화폭에 담았다. 하 작가는 “세 분 대통령이 삶속에서 국민에게 심어준 메시지를 생각하며 6개월 전부터 작업했다. 어제 서울 청계광장에 갔다가 새벽에 광주로 돌아와 의식을 치르듯 마지막 작업을 해 그림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하성흡 작가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대통령 3명의 모습. 하성흡 작가 제공
80년 5월 대동고 3학년 때 시민군으로 항쟁에 참여했다가 마지막 날 집으로 간 것에 죄의식을 갖고 살았던 하 작가는 지난해 5월 시민군 대변인 고 윤상원 열사의 일대기를 그림으로 그려 전국 순회 전시회를 연 바 있다. 2003년 10월 노사모 대표일꾼이 됐던 하 작가는 2005년 명계남·이기명·이상호씨와 함께 국민참여연대에 참가하기도 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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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오월 그 마지막 밤 도망치며 했던 ‘다짐’ 이제야 지켰네요”
https://www.hani.co.kr/arti/area/honam/996661.html
하성흡 작가가 지난 8일 자동차를 통해 선거 투표 참여를 홍보하고 있다. 하성흡 작가 제공
지난달 26일 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열린 시민촛불집회. 하성흡 작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