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양시 청년 행정 인턴사업 모집공고. 광양시 누리집 갈무리
“청년 행정 인턴 자격은 대학생만?”
전남 여수시와 광양시가 청년 행정 인턴사업 신청자격을 대학생으로 제한하자 광주의 한 시민단체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을 시정해달라는 진정을 냈다.
학벌없는사회 광주시민모임은 8일 “전남 여수·광양시 누리집에 게시된 ‘2022년 동계 청년 행정 인턴 모집’ 공고문을 보면 대학 재학 또는 휴학 중 학생에게만 신청자격을 주고 있다. 이는 명백한 학력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청년 행정 인턴사업은 청년들에게 진로 탐색의 기회를 주고, 행정을 이해할 기회를 주기 위해 실시하는 정책이다. 여수시는 지난 1월 ‘겨울방학 대학생 행정 인턴’ 사업의 신청 자격을 대학 재학생과 휴학생으로 제한해 208명을 뽑았다. 여수시는 오는 7월 또 한 차례 행정 인턴을 선발할 예정이다. 두 차례 행정 인턴사업 예산은 6억5천만원이다. 광양시도 지난 1월 4300만원을 들여 대학생과 휴학생 44명을 대상으로 ‘청년 행정 인턴사업’을 실시했다.
학벌없는사회 광주시민모임은 “청년 행정 인턴의 근무부서, 사업내용, 자격요건 등을 보면, 그 업무를 수행하는데 대학 이상의 학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기 힘들다. 설령 특정 지식이나 전공이 요구되는 업무가 있다면, 별도 서류나 면접을 통해 신청자를 검증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고용정책기본법(제7조)을 보면, 사업주는 근로자 모집·채용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신앙·연령·출신지역·학력·병력 등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단체는 “지자체가 추진하는 공공근로사업이라면, 더더욱 능력을 먼저 보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두 자치단체의 처사는 평등권을 침해한 차별행위라고 판단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이 사안에 대한 진정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전남 여수시 대학생 행정 인턴사업 모집공고. 여수시 누리집 갈무리
이에 대해 여수시는 “별 문제가 없다”고 한 반면, 광양시는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박경 여수시 청년정책팀장은 “대학생들을 위한 특수 목적 사업이어서 신청자격을 제한한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고교 졸업생 등이 참여할 수 있는 공공일자리 사업도 따로 실시하는 등 청년들에게 골고루 기회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호 광양시 청년정책 팀장은 “앞으로 청년 행정 인턴사업의 신청자격을 대학생으로 제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2009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이 행정 인턴을 채용하면서 학력을 전문대졸 이상, 나이를 만 29살 이하로 제한한 것은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라고 판단하고 시정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당시 행안부 쪽은 “행정 인턴은 신규로 노동시장에 진입한 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사업으로 학력요건을 폐지하면 대학 재학생 등의 지원으로 구직이 더욱 절실한 대학 졸업자가 오히려 더 불리할 수 있다”고 반박해 충돌한 바 있다. 행안부 쪽은 “현재 청년 행정 인턴사업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다른 청년 일자리 지원사업의 경우 학력으로 신청을 제한하는 경우는 없다”고 밝혔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