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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호남

‘서민의 발’ 시외버스 절반이 멈춰섰다

등록 2022-04-20 04:59수정 2022-04-20 08:20

코로나19 2년, 평일 하루 승객 6~7명뿐
전국 노선 감축·중단…승객수·매출 급감
터미널도 사라져 주변 상권 타격 ‘도미노’
지난 8일 오후 전북 전주대학교 옛 정문 앞의 정류장에 전주대~서울남부터미널 구간을 운행하는 시외버스가 정차해 있다. 박임근 기자
지난 8일 오후 전북 전주대학교 옛 정문 앞의 정류장에 전주대~서울남부터미널 구간을 운행하는 시외버스가 정차해 있다. 박임근 기자

치아가 안 좋은 송아무개(60·전북 전주시)씨는 임플란트 치료를 위해 서울을 자주 찾는다. 서울을 오갈 때는 주로 시외버스를 이용한다. 고속버스(우등버스)는 시외버스보다 왕복 1만2600원 더 비싸고,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시외버스가 다니는 서울남부터미널보다 더 번잡해서다. 그런데 요즘은 병원에 시간 맞춰 가는 일에 부쩍 신경을 써야 하게 됐다. 시외버스 배차 간격이 20분에서 40분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전북고속·호남고속은 전주터미널~서울남부터미널 구간 시외버스 운행횟수를 하루 39회에서 23회로 줄였다. 코로나19 확산 뒤 이용객이 많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3년째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바꾼 일상은 교통 분야라고 예외가 아니다. 특히 전국 각지를 그물망처럼 잇는 시외버스 운행횟수와 승객 수는 코로나19 이전의 절반 아래로 급감했다. 감염병 대유행으로 사람들의 이동량 자체가 줄었고, 감염 우려로 승용차 등 개별 교통수단 선호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는 송씨 경우처럼 시민들의 시외지역 이동권 제한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운송업체·터미널운영사는 물론 주변 상권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이 끝나도 시외버스 이용률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수 없어 구조적인 해법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 곳곳 노선 감축·중단

전북지역 시외버스 하루 운행횟수는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 전인 2020년 2월 1024회에서 올해 4월엔 722회로 30%가량 줄었다. 전북지역 5개 시외버스 회사 차량 435대 중에서 운휴차량은 160여대에 이른다.

지난 8일 만난 전주대학교~서울남부터미널 노선을 운행하는 시외버스 기사는 “금·토·일요일에는 거의 만차지만 월~목요일은 승객이 6~7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노선에 요즘엔 인천공항을 오가던 (일반버스보다 더 고급인) 공항리무진도 투입하고 있다. 공항 이용객 감소로 리무진차량 일부가 운휴할 수밖에 없는데, 차량을 가동하지 않으면 노후화가 빨라져 울며 겨자 먹기로 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지역도 시외버스 업체 7곳 버스 629대 가운데 현재 189대가 멈춰 선 상태다. 코로나19로 수요가 줄면서 알짜 노선이던 인천·김포공항을 오가는 리무진버스들조차 주차장에 한가로이 서 있는 형편이다. 코로나19 이전과 견줘 시외버스 수익금은 58%, 승객 수는 53% 줄었다.

충남도 운행횟수와 운행차량이 모두 절반 가까이 줄었고, 충북은 12일 현재 시외버스 283개 노선 가운데 52개 노선(18.4%)이 운행을 멈췄다. 연기호 충북도 교통정책과 주무관은 “정상 운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코로나19 감염증 영향이 남아 있어 몇몇 노선은 운행이 중단됐다”며 “최근 유가가 크게 올라 버스업체들의 경영이 여의치 않은 원인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전북 남원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한 승객이 표를 사고 있다. 남원은 고속버스터미널이 수익 감소로 폐쇄돼 지난 1일부터 시외버스터미널과 통합 운영되고 있다. 남원시 제공
지난 5일 전북 남원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한 승객이 표를 사고 있다. 남원은 고속버스터미널이 수익 감소로 폐쇄돼 지난 1일부터 시외버스터미널과 통합 운영되고 있다. 남원시 제공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자료(전산망 기준)를 보면, 시외버스 승객 수는 2019년 1억4819만명에서 2020년 7657만명(-48.3%), 2021년 6622만명(-55.3%)으로 줄었다. 매출액도 2019년 1조3896억원에서 2020년 6779억원(-51.2%), 2021년 5941억원(-57.2%)으로 급감했다.

시외버스 운행과 승객이 크게 줄면서, 승차권 판매를 주 매출원으로 하는 터미널들도 경영에 비상이 걸렸다.

전북 김제시 원평터미널은 지난해 3월 민간사업자가 폐업을 신고했다. 터미널이 없으면 시외버스 운행이 불가능한 만큼 김제시가 시설을 임차해 운영 주체로 나서야 했다. 전북 임실군 오수터미널도 2020년 민간에서 임실군으로 소유가 바뀌어 현재 민간이 위탁받아 운영 중이다. 남원에서는 지난 1일부터 고속버스터미널이 시외버스터미널에 통폐합돼 운영되기 시작했다. 전남 영암군 영암읍과 시종면, 강진군 도암면, 영광군 염산면, 경북 울진군 서면과 온정면, 경북 청송군 현서면 월정 터미널도 민간사업자들이 손을 들고 나왔다.

김정훈 전국터미널협회 사무처장은 “최근 터미널 5~6곳이 휴업 또는 폐업에 들어갔다. 코로나19 이전부터 고객 감소로 경쟁력이 저하됐는데 코로나19로 결정타를 맞았다”며 “2019년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며 감차·운휴차량이 늘어 승객이 줄기도 했다. 승차권 판매 수입과 상점·분식점 등 상가 임대료가 수익원인 터미널로서는 경영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치단체들이 조례를 만들어 버스(회사)는 지원하면서 터미널은 지원 대상에서 쏙 뺐다. 앞으로 지원이 없으면 터미널 공동휴업도 결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에 따른 노선버스 승객 및 매출액 변동 현황. 자료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코로나19에 따른 노선버스 승객 및 매출액 변동 현황. 자료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코로나 뒤에도 전망 어두워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시외버스 노선과 운행횟수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이용자의 시외접근권 제한으로 이어진다. 특히 인구가 적은 농어촌일수록 시외버스 이용자들의 불편이 커질 수밖에 없다.

김기호 강원도청 대중교통팀장은 “시외버스는 공공성 때문에 수익이 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운행해야 하는 노선이 상당수다. 적자가 난다고 문을 닫을 수는 없다 보니 적자 폭이 커지고, 버스업계와 이를 지원하는 지자체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며 “정부의 재정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4분의 1에 가까운 63개 노선이 운행 중단·폐지된 강원도는 올해 버스업계에 재정지원금으로 44억원을 편성했는데, 이것으로 모자라 추가경정예산(추경)에 15억원을 추가 편성할 계획이다.

지난 8일 전북 전주대학교 옛 정문 앞의 정류장에 학생이 지나가고 있다. 공항 이용객의 감소로 전주대~서울남부터미널 시외버스 구간을 공항리무진이 운행하고 있다. 박임근 기자
지난 8일 전북 전주대학교 옛 정문 앞의 정류장에 학생이 지나가고 있다. 공항 이용객의 감소로 전주대~서울남부터미널 시외버스 구간을 공항리무진이 운행하고 있다. 박임근 기자

코로나19로 시외버스 노선과 운행횟수가 각각 40%가량 줄어든 경남도 시외버스 보조금은 2019년 95억원에서 2020년 149억원, 2021년 190억원으로 늘었다.

유인성 경남도 교통정책과 주무관은 “코로나19 사태 전에도 인구 감소와 승용차 증가 등 영향으로 시외버스 승객은 해마다 5% 정도씩 줄어드는 상황이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더라도 시외버스 이용객 수가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권용석 전주대 교수(토목환경공학)는 “시외버스 운행이 줄거나 없어지면 지역 교통인프라의 쇠퇴로 이어지고 결국 지역의 고립을 불러올 수 있다. 정치권의 보조금 증액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수요자 중심의 근본적인 교통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상엽 전북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요 노선은 ‘시외버스 비수익노선 개선명령’을 내려 버스업체에 운행하도록 하고 업체에 지원금을 지원해야 한다. 다만 지원 대상 업체들에는 상장회사 수준의 외부 회계감사제를 도입해 운송원가에 대한 투명한 관리가 선행되도록 해야 한다”며 “산간벽지 등에서는 고비용인 대형버스 기반의 교통체계 대신 (승객이 부르면 운행하는) 수요응답형 교통체계(DRT) 도입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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