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연구비 중 인건비를 부풀려 빼돌린 국립대 교수의 해임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반복적으로 허위 서류를 꾸며 연구비와 출장비, 회의비 등을 타낸 국립대 교수를 해임한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995년 광주과학기술원에 교수로 임용돼 일해 온 ㅎ(63)씨는 2013년부터 책임연구원으로서 주도했던 국가연구개발사업 과제와 관련해 2018년 대학의 특별감사를 받아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학생 연구원 5명의 참여율을 10%에서 50%로 허위로 적어 인건비를 부풀려 1천만원가량을 타내고 이 돈으로 의자, 홀로렌즈, 노트북 등 연구실 장비를 구매하는 데 사용한 게 첫번째 징계 사유였다. 2017~2018년 초청자가 부담하는 외국 출장을 가면서 대학에 출장비 전액을 신청해 1380만원을 받고, 초청 대학에서도 일비·숙박비·식비 등 1699만원을 받아 이중으로 출장비를 수령했다. 2014년 12월~2018년 9월 사이 24차례에 걸쳐 외부인 2명이 회의에 참석한 것처럼 꾸며 회의비 223만원을 타간 사실도 징계 항목에 포함됐다.
광주과학기술원은 징계위를 열어 2019년 1월 ㅎ 교수를 해임했고, ㅎ씨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그해 4월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인정된다”며 해임처분을 취소했지만, 학교 쪽은 2019년 5월 ㅎ씨를 또다시 해임했다. ㅎ씨는 재심을 청구했지만 “학생인건비 공동관리, 해외출장비 중복 수령, 회의비 지출 증빙 및 명의도용으로 회계질서를 문란케 하고 광주과학기술원 전임직 교원으로서 체면 또는 위신을 심히 손상하는 행위를 상습·반복적으로 했”다며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낸 소청심사 청구도 기각됐다.
이에 ㅎ씨는 대학을 상대로 해고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했다. “부풀린 인건비는 연구실 장비 구매에 사용했고, 회의비는 연구실 학생들의 식대를 지원하기 위해 집행했을 뿐”이라며 “고의적인 비위 행위가 아니다”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광주지법 민사13부(재판장 임태혁)는 지난 21일 “고의성이나 중과실이 인정된다”며 ㅎ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ㅎ씨는 “2007~2009년 4건의 민간수탁 연구사업을 하면서 사업비 중 1억80만원을 내부인건비로 변경 지급해 대학으로부터 경고처분을 받고 대학에 3300만원을 지급하는 강제조정이 확정된 바 있다”며 “대학에서 과거 연구비 부당집행 등에 대해 시정을 명하고 개선의 기회를 부여하였음에도 장기간에 걸쳐 비위행위를 반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ㅎ씨는 인건비를 부풀려 대학 쪽으로부터 1천만원가량을 타낸 혐의(사기)로 형사재판에도 넘겨져 2020년 12월 벌금 200만을 선고받아 형이 확정됐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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