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광주시 서구 화정4동 주민자치센터 2층 회의실에서 열린 ‘중앙공원 1지구 주민친화형 공원 조성’ 방안을 논의하는 주민 공론장에서 주민들이 토론하고 있다. 정대하 기자
“준비되셨나요?”
20일 오후 광주시 서구 화정4동 주민자치센터 2층 회의실에서 열린 ‘중앙공원 1지구 주민친화형 공원 조성’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주민 공론장에서 대표 진행자가 참석자들에게 물었다. 한국공론포럼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공동 주최한 이 날 행사엔 중앙공원 인근 화정·풍암·금호동 주민 24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우리가 원하는 마을 숲은?’이라는 주제로 토론해 도출한 5가지의 답변 중 2개씩을 골라 디지털 기기를 눌렀다. 공론장 연단 앞에 설치된 화면을 통해 참석자들의 의견이 곧바로 취합됐다. 참석자들의 의견은 ‘힐링 공간’(50.0%), ‘자연환경과 지형적 특성을 살린 공간’(50.0%), ‘공동체 공유공간’(45.8%), ‘스토리(역사·문화)가 있는 공간’(37.5%), ‘자연생태학습 공간’(16.7%)의 순으로 집계됐다.
광주 중앙공원 1지구에 조성될 마을 숲. 도시산책 제공
2020년 7월 전국적으로 시행된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라 광주시가 추진 중인 중앙공원 1지구의 공원 조성과 관련해 시민들이 마을 숲이 치유의 공간이 돼야 한다고 제안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이날 ‘우리가 원하는 마을 숲’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공론장에서 마을 숲 조성의 원칙과 방향을 논의했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목적은 공원 조성사업인데도 그간 시민들의 관심이 비공원 시설(아파트)에만 쏠렸던 것을 고려해 처음으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공론장이어서 관심을 모았다.
참석자들은 이날 네개의 탁자에 6명씩 앉아 중앙공원 마을 숲과 관련해 두세부 토론을 시작했다. 탁자마다 1~2명씩의 진행자가 토론을 도왔다. 4개의 조는 30분 동안 1개의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뒤, 대표적인 의견 3개씩을 골라 조별로 발표했다. 대표 진행자는 4개 탁자 12개의 의견 가운데 비슷한 것을 묶는 등의 방식으로 모두 5개를 골라 투표를 통해 우선순위를 정했다.
20일 오후 광주시 서구 화정4동 주민자치센터 2층 회의실에서 열린 ‘중앙공원 1지구 주민친화형 공원 조성’ 방안 관련 주민 공론장. 정대하 기자
두번째 주제는 ‘마을 숲 계획의 문제점과 요구사항’으로 1주제와 달리 투표를 하지 않았다. 주민들은 △공동체 문화시설과 마을 공동체 텃밭 부재 △화장실·용수대 등 시설 부족 △마을 숲을 연결하는 둘레길 없음 △마을 숲이 제외된 마을이 있음 △실질적인 주민 의견 수렴이 부족함 등 5가지를 꼽았다. 박태순 한국공론포럼 상임대표(생태학 박사)는 “민주주의가 되려면 토론이라는 귀찮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공론장은 숙의 민주주의의 가장 높은 단계”라고 말했다. 중앙공원 마을 숲 주민 공론장은 앞으로 두 차례 더 열린다.
이날 행사는 광주시가 추진 중인 9곳 10개 지구 민간 특례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큰 중앙공원1지구에 마을 숲 12곳이 어떻게 조성될지 등을 살피는 자리였다. 주민 공론장이 펼쳐지기 전 손승락 도시산책 회장은 금호1·2동과 상무2동, 화정4동 인근에 조성될 마을 숲에 어떤 시설이 들어설지를 설명했다. 마을 숲엔 숲뜰, 운동시설, 숲 놀이터, 빗물 정원 등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마을 숲 조성과 관련한 질문도 나왔다. 풍암동에 사는 한 주민은 “마을 숲에 포함된 텃밭을 훼손지나 불법경작지로 보던데, 공동체 텃밭으로 반영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사업 시행자 쪽은 “시 도시공원위원회 토론 결과 텃밭 배제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답했다. 한 주민은 “오늘 공론장에 나온 주민들의 의견이 계획에 반영되느냐?”고 물었다. 이에 사업 시행자 관계자는 “올 12월 착공 예정이고 두 달 후 실시인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마을 숲 중심으로 의견을 주면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시 공원조성과 쪽은 “큰 틀에선 공원 조성계획이 확정돼 세부 설계 중이지만, 주민들이 낸 좋은 아이디어나 의견은 일부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 중앙공원 1지구 테마 숲 8곳. 도시산책 제공
광주의 9곳 10개 지구 공원특례사업 시행자는 2019년 11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지정됐다. 중앙공원 1지구 사업시행자는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다. 중앙공원1지구 민간공원 조성사업은 서구 금호동, 쌍촌동 일대 243만5027㎡(73만6595평)에 공원(92.2%· 223만㎡)과 비공원 시설(아파트·7.8%·19만㎡)이 조성된다. 사업비는 2조2294억원이며, 사유지 토지 수용은 29%가량 진행됐다.
한편, 공원 일몰제란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 시설상 공원으로 지정해 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공원을 조성하지 않을 경우 2020년 7월1일부터 공원 지정 시효가 해제(일몰)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2009년 민간업체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해 최대 30%를 비공원 시설(아파트)로 짓고, 나머지 터에 공원을 조성해 자치단체에 기부채납하는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추진하도록 허용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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