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 광주시 서구 풍암동 롯데아울렛 건너편 하수도에서 손승락 도시산책 대표가 쓰레기 매립장 침출수가 유입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정대하 기자
민간공원특례사업이 추진 중인 광주 중앙공원 풍암호수가 과거 쓰레기 매립장으로 쓰인 인접 부지로부터 침출수가 유입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시행사 쪽은 호수 아래에 오염수 배출용 관로를 묻어 인근 서창천으로 흘려보낸다는 방침이지만, 시민단체들은 침출수가 하천을 타고 영산강까지 오염시킬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광주 서구 풍암동 서구복합커뮤니티센터 공사장 인근 숲을 찾은 손승락 도시산책 대표는 “옹벽과 숲으로 가려져 있지만, 이 일대가 쓰레기 매립장 터였다”며 “침출수가 흘러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풍암동 매립장은 1991년 7월부터 1994년 12월까지 풍암동 산 13번지 일대 9개 필지 8만2000㎡의 터에 58만㎥의 생활쓰레기가 묻힌 곳이다. 매립 당시 아무런 처리 시설도 갖추지 않았다. 광주 서구청은 2005년부터 매립장 침출수를 관로를 통해 하수처리장으로 보내고 2m 두께로 흙을 쌓아 ‘생태공원’으로 바꿨다.
광주시 풍암호수 인근에 있는 옛 비위생 쓰레기 매립장에, 침출수가 흐르지 못하도록 설치된 옹벽. 정대하 기자
하지만 매립장 옹벽 등에서 침출수가 흘러나와 풍암호수로 유입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광주녹색환경지원센터가 2015년 서구청의 의뢰를 받아 신대윤 조선대 명예교수(환경공학과)에게 맡겨 수행한 ‘풍암저수지 수질개선 방안 연구’ 결과 보고서를 보면, 풍암호수 오염 원인으로 침출수 유출과 지하수 등의 오염 등에 대해 세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돼 있다. 보고서는 ‘매립 옹벽에서 유출되는 침출수 유형은 운정동 매립지의 침출수 수질 유형과 비슷하다’ ‘주변에 매립장이 있어 침출수의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신대윤 조선대 명예교수(환경공학과)가 서구청 의뢰를 받은 광주녹색환경지원센터의 연구사업으로 수행한 보고서.
문제는 현재 풍암호수가 포함된 중앙공원지구에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매립장 침출수 유입을 막을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풍암호수가 있는 중앙공원1지구 사업시행자인 빛고을중앙공원개발 쪽은 “호수 인근에서 흘러나오는 오염원을 따로 모아 호수 아래에 설치할 와이(Y)자 관을 통해 서창천으로 흘려보낼 계획”이라고 했지만, 자칫 서창천과 영산강 오염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례사업이 완료되면 풍암호수의 수심도 지금의 5~6m에서 1.5~2.5m로 얕아지고 전체 수면 면적도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빛고을중앙공원개발 관계자는 “풍암호수 바닥을 일산호수나 세종호수에 사용된 ‘벤토매트 방수공법’을 적용하고 지하수를 끌어올려 공급한 뒤 물을 순환시켜 수질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환경부 보고서가 ‘조류 유입을 감안하면 유효 수심이 5m 이상 되도록 준설하거나 제방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한 것과도 배치된다.
지난 6일 광주시 서구 풍암동 풍암호수에서 열린 공원조성계획 주민설명회. 정대하 기자
풍암호수 관할 지자체인 서구청은 침출수 유입과 관련해 “농어촌공사 쪽과 대책팀을 꾸려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풍암호수 수질개선 용역 연구 보고서를 제출한 신대윤 교수는 “지금의 사업계획은 풍암호수를 서울 청계천과 비슷한 방식의 ‘인공수조’처럼 바꾸는 것”이라며 “인근 빗물을 호수로 유입시켜 생태호수로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광주 중앙공원1지구 민간공원 조성사업은 서구 금호동, 쌍촌동 일대 243만5027㎡(73만6595평)에 공원(92.2%·223만㎡)과 비공원 시설(아파트·7.8%·19만㎡)이 들어서는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모두 2조2294억원이 투입된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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