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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유통업체가 지역에 오면 일자리 줄고 자본 유출”

등록 2023-01-09 16:50수정 2023-01-09 16:52

이정식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회장 광주 강연
9일 오전 광주광역시 충장로 충장상인회 회관에서 복합쇼핑몰 광주상인대책위원회 확대회의가 열리고 있다. 정대하 기자
9일 오전 광주광역시 충장로 충장상인회 회관에서 복합쇼핑몰 광주상인대책위원회 확대회의가 열리고 있다. 정대하 기자

“현재 충장로 상가 건물들도 많이 비어 있어요. 복합쇼핑몰이 들어오면 도심 상권도 다 죽는다고 봐요.”

곽미란 광주 금남지하도상가상인회장은 9일 오전 광주 충장상인회 회관 3층에서 열린 ‘복합쇼핑몰 광주상인대책위 확대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곽 회장은 “복합쇼핑몰이 들어선 대전에 가봤더니 일반 스포츠 의류 매장은 10평이 안 되는데, 복합쇼핑몰에선 30평 규모로 하고 있더라. 당연히 복합쇼핑몰로 고객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광주에 잇따라 대형 유통기업의 복합쇼핑몰 건립 제안서가 제출된 상황에서 상인들이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확대회의엔 충장상인회와 용봉상가협의회, 광주세정아울렛상인회, 광주수퍼협동조합 등 중소상인회 소속 15명이 참석했다.

부산에서 유통 자본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이정식 사단법인 중소상공인 살리기협회 회장도 대책위 초청을 받고 회의에 참여했다. 그는 2006년 부산 해운대에 기업형슈퍼마켓(SSM) 출점 소식 들은 뒤, 골목상권 지키기에 나섰으며 2010년과 2017년 두 차례 단식 투쟁도 했다.

“대기업 유통업체가 지역에 들어서면 실제로 일자리 전체 수가 줄고 자본도 밖으로 빠져나갑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 회장의 의견은 단호했다.

그는 “기업형슈퍼마켓은 점장과 부점장, 아르바이트생 3~4명만 있으면 되지만, 전통시장 등 개인 영업점엔 이보다 최소 5배 이상의 사람들이 일한다”며 “대형 유통업체가 광주에 들어오면 일자리는 줄고 광주 자본은 서울로 빠져나간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상권 보호의 중요성을 시민들에 알리고 상인들이 결집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민 대책위 사무총장은 “대전도 복합쇼핑몰이 생긴 뒤 1만~2만개의 일자리가 생겼다고 했지만, 도심 상가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돌려막기’ 형태로 이동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복합쇼핑몰 광주상인대책위원회 초청으로 9일 광주에 온 이정식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유통 대기업에 맞서 투쟁했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정대하 기자
복합쇼핑몰 광주상인대책위원회 초청으로 9일 광주에 온 이정식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유통 대기업에 맞서 투쟁했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정대하 기자

대책위는 광주시에 민관협의체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대책위는 이날 회의 뒤 발표한 자료에서 “대전에 신세계 복합쇼핑몰이 입점한 뒤 지역 주요 상권들이 급격히 몰락했다”며 “광주시가 정례적 대화 창구를 마련하고 민관협의체도 조속히 추진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11월 북구 임동 전남·일신방직 터 중 3060㎡(1만평)규모의 땅에 문화복합몰 ‘더현대 광주’를 건립하겠다고 시에 제안서를 제출했다. 신세계프라퍼티도 지난해 12월 광산구 어등산 관광단지 유원지 터 (14만3950㎡·4만3544평)에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등을 짓겠다고 제안서를 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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