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31일 오후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항소심 재판이 끝난 뒤 김재림 할머니가 소회를 밝히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 등 4명이 위자료 청구 소송 피해 배상금을 확보하기 위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자산을 강제집행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시작했다. 양금덕씨 등 4명이 강제집행 신청을 한 데 이어 두 번째다.
26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 4명이 지난 24일 소송대리인을 통해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특허권에 대한 압류 명령을 대전지법에 신청했다고 밝혔다. 소송대리인단은 압류 명령이 받아들여지면, 특허권을 강제로 매각해 현금화할 수 있는 특별현금화 명령을 신청할 방침이다.
채권자는 미쓰비시중공업에 강제동원되고도 임금을 받지 못하자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해 1·2심에서 승소한 양영수·김재림씨와 고 오길애씨 유족, 고 최정례씨 유족 등 4명이다. 압류 대상은 원고 1명당 미쓰비시중공업의 특허권 1건씩이다. 배상 요구액은 피해 배상 위자료 청구 소송 2심 판결 때 선고한 1명당 배상액 1억~1억5천만원과 그간 지연 이자를 합쳐 6억8천여만원이다.
소송대리인 김정희 변호사는 “위자료 청구 소송 1·2심 판결 이후 2018년 12월과 2019년 1월에 대법원에 사건이 접수됐는데 확정판결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이미 1심에서 미쓰비시중공업 국내자산을 가집행할 수 있다는 선고가 났기 때문에 법적 권한이 있다”고 밝혔다.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지난 3월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전범기업인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자산을 압류한 뒤 매각해 피해 배상금을 확보하기 위한 강제집행 법적 절차 신청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근로정신대 피해자 소송대리인단은 2019년 3월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상표권 2건과 특허권 6건 등 8건을 압류했고, 이 가운데 원고 2명(양금덕, 김성주)은 2021년 9월 대법원에서 채권 관련 압류가 최종 확정되고 매각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미쓰비시중공업이 불복했고 한차례 항고가 기각되자 또다시 대법원에 재항고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외교부는 지난해 7월26일 대법원 재판부에 ‘외교적 해결을 위한 시간을 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냈고, 재판이 지연되는 사이 일본 기업이 강제동원 피해자에 지급해야 할 배상금을 국내 재단이 대신 배상토록 하는 ‘제3자 변제안’이 나왔다.
재판부가 개시 여부를 결정하고, 곧바로 미쓰비시중공업의 특허권을 압류할 경우 일제 강제동원 해법을 둘러싼 갈등은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정부 제3자 변제안에 대해 동의하지 않고 미쓰비시중공업으로부터 직접 배상을 받기 원해서 권리를 행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