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호남

“광주 전남·일신방직 터 개발안, 근대문화유산 훼손 우려”

등록 2023-03-27 08:00수정 2023-03-27 08:49

광주시 북구 임동 전남방직·일신방직 공장 안에 방직기 등이 놓여 있던 핵심 건물인 공장2과 건물(붉은 네모 안). 광주시 제공
광주시 북구 임동 전남방직·일신방직 공장 안에 방직기 등이 놓여 있던 핵심 건물인 공장2과 건물(붉은 네모 안). 광주시 제공

광주의 대표적 근대 산업문화유산인 전남방직·일신방직 터 개발을 위한 광주시의 국제 설계 공모 당선작에 공장 건물의 원형을 훼손하는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보존 가치가 높은 근대 문화유산 터를 수익성이 보장되는 고층 아파트와 호텔, 복합쇼핑몰로 채우는 상업 개발에만 치중해 도시공간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파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 북구 임동 전남방직·일신방직 공장 안 여성 노동자 기숙사 모습. 정대하 기자
광주 북구 임동 전남방직·일신방직 공장 안 여성 노동자 기숙사 모습. 정대하 기자

광주광역시는 지난 20일 북구 임동 100-1번지 일원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터(29만6340㎡·8만9642평) 개발을 위한 국제 설계 공모의 당선작으로 덴마크 회사 ‘어번 에이전시’의 ‘모두를 위한 도시’(City For All)라는 작품을 최종 선정했다고 26일 밝혔다. ‘15분 보행도시’를 표방한 당선작은 임동 방직공장 개발의 밑그림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당선작에 근대 산업문화유산의 흔적을 보존할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선작을 보면, 1930년대부터 이어온 근대 산업유산의 흔적을 보존할 공간으로 설계된 ‘역사문화공간1·2’는 전체 개발면적의 12.47%인 3만6979㎡(1만1186평)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공업용지를 주거·상업용지로 변경해 아파트단지와 호텔, 복합쇼핑몰 등을 짓겠다는 개발계획에 치중했다”고 꼬집었다.

광주시 국제 설계 공모의 당선작인 덴마크 회사 ‘어번 에이전시’의 작품. 광주시 제공
광주시 국제 설계 공모의 당선작인 덴마크 회사 ‘어번 에이전시’의 작품. 광주시 제공

당선작은 방직공장 여성 노동자들의 애환이 서린 공장2과 건물의 원형이 사실상 사라지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공장2과 건물은 광주시가 2021년 11월 발표한 임동 방직공장 개발방향 기본안에서 역사·장소·문화적 보전가치가 가장 높다고 지목된 곳인데도 건축 재료를 부분적으로 재활용하는 방안만 제시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모전에 참가했던 영국 건축회사 베노이가 공장2과 건물 터를 살려 공간의 역사성을 훼손하지 않는 것과 비교된다”고 지적했다.

광주시 북구 임동 전남방직·일신방직 안 고가수조 옆 화력발전소와 변전소, 고가수조 등의 건물은 1930년대 지은 근대 산업유산으로 꼽힌다. <한겨레> 자료사진
광주시 북구 임동 전남방직·일신방직 안 고가수조 옆 화력발전소와 변전소, 고가수조 등의 건물은 1930년대 지은 근대 산업유산으로 꼽힌다. <한겨레> 자료사진

35m 너비 도시계획도로(570m)를 건설한다는 것 외에 별다른 교통대책이 포함되지 않은 것도 논란거리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추진하는 복합쇼핑몰 ‘더현대 광주’와 4000여가구의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설 경우 인근 시외버스터미널과 신세계백화점 이용 차량이 뒤엉키면서 최악의 교통난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함인선 광주시 총괄건축가는 “당선작 설계에는 도시계획도로와 단지를 둘러싼 도로만 있을 뿐, 단지 안 지선도로가 없어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고 말했다.

광주시 국제 설계 공모의 당선작인 덴마크 회사 ‘어번 에이전시’의 ‘모두를 위한 도시’에서 화력발전소 등 4곳은 원형 보존돼 재활용된다. 광주시 제공
광주시 국제 설계 공모의 당선작인 덴마크 회사 ‘어번 에이전시’의 ‘모두를 위한 도시’에서 화력발전소 등 4곳은 원형 보존돼 재활용된다. 광주시 제공

또 호텔이나 컨벤션 시설로 쓰일 랜드마크 타워(206m)와 아파트단지(150m) 최고 높이 때문에 통경축(조망권을 확보할 수 있는 공간)과 도심 바람길이 차단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광주시는 지난 2월, 2021년 7월 민선 7기에 고시한 ‘상업지역 40층, 주거지역 30층’의 건축물 층수 제한을 4~5월부터 없애기로 결정한 바 있다. 광주시 도시공간국 관계자는 “건축물이 높아지면 (건축물 사이의 거리가 넓어져) 통경축이나 바람길에 유리한 측면도 있다. 나머지 7개의 출품작 가운데 좋은 콘셉트는 가져와서 포함시키도록 조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민 복합쇼핑몰 광주시상인대책위원회 사무총장은 “광주시가 복합쇼핑몰 건립 확정 전에 상권영향평가를 하지 않고 밀어붙일 경우 반대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광주서 ‘탄핵반대 집회’ 예고한 극우…시민들 “올 테면 오라” 1.

광주서 ‘탄핵반대 집회’ 예고한 극우…시민들 “올 테면 오라”

모바일 주민증 발급 전국적으로 확대한다 2.

모바일 주민증 발급 전국적으로 확대한다

“헌재 불 지르면 됨” 30대 디시인사이드 유저 체포 3.

“헌재 불 지르면 됨” 30대 디시인사이드 유저 체포

동대구역 집회서 애국가 부른 이철우…“정치 중립 위반” 4.

동대구역 집회서 애국가 부른 이철우…“정치 중립 위반”

‘2분 만에’...공룡 물총 든 30대 은행 강도 시민이 제압 5.

‘2분 만에’...공룡 물총 든 30대 은행 강도 시민이 제압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