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 사진
광주광역시 관내 사립고교 2곳에서 신입생 입학식 때 전교생이 구호를 외치며 거수경례를 하도록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제식·집총 훈련과 함께 대표적인 학생 통제 방편의 하나였던 거수경례가 민주화 이후 대부분 사라진 것과 대조적이다.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29일 “광주 관내 고교 2곳에서 입학식 등 행사를 할 때 학생들이 학교장 등에게 거수경례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두 학교에선 입학식과 졸업식 행사에서 학생들이 ‘이기자’ 등의 구호를 제창하며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광주 전체 68곳 고교(공립 24곳, 국립 1곳, 사립 43곳) 가운데 2곳 학교만 거수경례가 살아 있는 셈이다.
이 단체는 “학생들이 질서정연하게 도열한 후 거수경례를 하는 관습은 일제 식민시대의 잔재가 군사문화와 결합한 행태로, 체벌 못지않게 반교육적 행태”라며 “하나의 구호나 상징 아래 일사불란하게 행동하는 훈련은 군대에서 강조되는 명령 규범에 어울리며, 자유롭고 비판적인 시민정신을 억누르기 쉬운 행동 양태”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단체는 “학교 전통 등을 빌미로 유지해온 거수경례 관습을 중단하고, 교육청은 이를 감독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송정란 광주시교육청 공보담당관은 “해당 2곳 고교에 ‘거수경례는 군사문화 잔재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알렸고, 교직원 회의를 통해 ‘개선하겠다’는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사립학교 관계자는 “50년간 입학식과 졸업식 때 거수경례를 하던 ‘전통’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 학생회에서 거수경례를 안건으로 채택해 토론했는데, 학생들도 ‘괜찮다’는 의견이 더 우세했다”고 밝혔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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