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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혼이 나갈 지경”…속 터지는 행안부 고향기부 플랫폼

등록 2023-05-25 18:00수정 2023-05-26 02:30

절차 복잡하고 오류 잦아 포기 속출
광주 동구는 1935년 설립된 광주극장 100년 프로젝트를 민간 플랫폼에 알려 고향사랑 기부제 지정기금 사업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은 광주극장 전경. 광주 동구 제공
광주 동구는 1935년 설립된 광주극장 100년 프로젝트를 민간 플랫폼에 알려 고향사랑 기부제 지정기금 사업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은 광주극장 전경. 광주 동구 제공

제주에 사는 60대 홍아무개씨는 지난주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고향기부 플랫폼 ‘고향사랑e음’(ilovegohyang.go.kr)에 접속했다. 남편의 40년 일터가 있는 광주광역시 동구에 고향사랑 기부금을 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시스템에 접속해 회원가입을 한 뒤 기부금을 내고 답례품을 선택하기까지 절차가 매우 복잡했다. 홍씨는 “작은 힘이라도 되고 싶어 기부금을 내려고 했는데 온종일 혼이 나갈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홍씨가 이용한 고향사랑이음은 고향사랑 기부금 납부부터 답례품 선택과 배송, 자동 세액공제 처리까지 한꺼번에 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나고 자란 고향이나, 현재 거주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에 연간 500만원 한도 안에서 기부금을 내고 세액공제와 답례품을 받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되면서 만들어졌다. 243개 자치단체가 시스템 구축비(70억3000만원)를 분담했고, 20억2700만원(콜센터 운영비 포함)을 갹출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광역자치단체별로 시스템을 구축하면 비용이 많아진다는 지적을 수용해 행안부에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라고 밝혔다.

고향사랑이음에 나오는 전국 자치단체의 답례품. 고향사랑이음 누리집 갈무리
고향사랑이음에 나오는 전국 자치단체의 답례품. 고향사랑이음 누리집 갈무리

문제는 이용 절차가 복잡하고 오류가 잦다는 것이다. 디지털 환경에 취약한 노인들은 접속과 조작이 힘들어 아예 기부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기부와 관련한 홍보도 부족하다. 답례품 목록만 있고, 모은 기부금을 활용해 지자체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추진하는지 등에 관한 내용은 아예 없다.

그러다 보니 플랫폼 접근과 이용이 불편한 고향사랑기부제 대신 민간 플랫폼을 활용해 고향사랑 기금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도 생기고 있다. 광주 동구는 발달장애인 청소년 야구동아리인 이티(ET)야구단에 기업 후원이 끊겼다는 소식을 듣고 지정기부를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임택 동구청장은 “사회적 가치가 큰 사업을 민간 플랫폼을 통해 널리 알려 타 지역 거주자들이 지정기부에 참여하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동구는 최근 행안부에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고향사랑기부법) 제7조에 ‘광고매체를 통해 기부금을 모집할 수 있다’고 나와 있는 점을 근거로 민간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기금 모금이 가능한지를 질의한 상태다.

2016년 전국 최초로 탄생한 발달장애인 청소년 야구동아리 이티(ET)야구단이 기업 후원이 끊겨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광주 동구는 고향사랑 기부금 지정기부제를 활용해 이티야구단 지원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광주 동구 제공
2016년 전국 최초로 탄생한 발달장애인 청소년 야구동아리 이티(ET)야구단이 기업 후원이 끊겨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광주 동구는 고향사랑 기부금 지정기부제를 활용해 이티야구단 지원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광주 동구 제공

하지만 행안부는 민간 플랫폼을 통한 지정기부 방식에 반대하고 있다. 앞서 강원 양구군이 지난 1월 민간 플랫폼을 통해 ‘지역 폐사 꿀벌’과 ‘못난이 농산물’ 관련 프로젝트를 기획해 사흘 만에 1000만원을 지정기부 받았지만, 행안부의 반대로 사업을 접었다. 당시 행안부의 논리는 “민간 플랫폼에선 현재 살고 있는 주소지나 500만원 한도액 준수 여부 등을 확인하기 힘들기 때문에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광주 동구 관계자는 “민간 플랫폼으로 기부를 받더라도 영수증을 발급할 때 ‘국세청 납세 자동화 시스템’(홈택스)을 활용하면 기부자가 기부 한도액을 초과했는지 여부나 거주지가 어디인지를 알 수 있다. 충분히 법 테두리 안에서 지정기부를 받을 수 있는 만큼, 행안부의 태도 변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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