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김향득씨는 1980년 5월27일 새벽 광주여자기독교청년회관에서 싸우다가 생포돼 오랏줄에 묶여 끌려나가던 고교생(왼쪽 셋째)이었다. <한겨레> 자료 사진
고교생 5·18 시민군 김향득(61) 사진가가 투병 중 쓰러지자 시민들이 쾌유를 기원하며 병원비 모금에 나섰다.
김씨는 지난 4월 중순 자택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폐렴과 신우신염 등으로 두 달째 투병 중이다. 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을 앓고 있던 김씨는 집에서 실내 자전거 운동을 하다가 쓰러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어머니를 떠나 보낸 뒤 혼자 생활하던 김씨는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김씨는 광주 대동고 3학년이던 1980년 5월 ‘고교생 시민군’으로 항쟁에 참여해 5월27일 새벽 광주진압작전 때 계엄군에게 붙잡혀 상무대 영창으로 끌려가 2개월 동안 고초를 겪었다. 광주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그는 2004년 직장에서 나온 뒤, 이듬해 옛 전남도청 별관 철거 논란이 일자 취미로 찍던 사진을 본격적으로 독학했다.
김씨는 그간 광주·전남 5·18 사적지와 항쟁추모탑과 5·18·세월호 추모 행사 현장을 찾아 사진으로 기록해왔다.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는 곳에 앵글을 잡는 것이 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산다”던 그는 남동성당, 망월동 구묘역의 겨울 풍경 등의 풍경을 사진에 담아 왔다.
묵묵히 역사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김씨의 활동을 지켜본 지인 등 광주 시민들은 ‘김향득을 사랑하는 시민모임’을 꾸렸다. 이 모임은 시민들과 함께 응원 영상 보내기, 병문안 가기, 투병 기금 모금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시민모임 관계자는 “홀로 어렵게 사는 5·18 유공자들이 후유증 등으로 투병할 때 정부 차원의 지원 체계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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