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여파로 바다 어류의 활동 수역이 바뀌면서 그 불똥이 ‘홍어’로 튀었다. 수온 상승으로 한류성 어종인 참홍어가 북쪽 수역으로 이동하면서 전남 흑산도 인근에서 주로 잡히던 홍어가 전북과 충남 앞바다에서도 잡히게 된 게 원인이다. 문제는 해양수산부가 올해부터 연간 어획량을 제한하는 어종에 참홍어를 새로 포함하면서, 광역시·도별로 쿼터를 할당하는 일이 첨예한 쟁점으로 떠오르게 됐다는 사실이다. 포획 어종으로 다툴 일이 없었던 전남과 전북 사이에 ‘홍어 전쟁’이 불가피해졌다.
20일 해양수산부(해수부) 누리집을 보면 해수부는 ‘2022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총허용어획량의 설정 및 관리에 관한 시행계획’ 개정안의 행정 예고를 이달 마치고 다음달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해수부 장관이 관리하는 총허용어획량(TAC: Total Allowable Catch) 적용 대상 어종을 기존 11종에서 15종으로 늘리는 것이다. 이 제도는 특정 수역에서 특정 어업으로 잡을 수 있는 어종의 양을 미리 정해 수산자원을 보호하는 게 목적인데, 대상 어종에 참홍어가 포함돼 서해 전역에서 연간 최대 3437톤만 잡을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 참홍어 어획량은 2015년 전남 162톤, 인천 143톤, 충남 45톤, 전북 8톤 순이었으나, 2020년 전남 989톤, 전북 637톤, 인천 360톤, 충남 68톤, 2021년 전북 1415톤, 전남 1004톤, 인천 469톤, 충남 227톤 순으로 바뀌었다. 지구온난화와 홍어 개체 수 증가로 조업 지역이 늘어난 결과다.
전라북도는 최근 2년간 군산 바다에서 홍어가 가장 많이 잡혔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배정량이 많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라북도 관계자는 “총허용어획량 제도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 ‘전북에서도 홍어가 많이 나온다’는 인식 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며 “지금은 군산 홍어가 흑산도 홍어보다 가격이 싸서 이를 브랜드화하면 가격이 오르는 등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에서는 전북의 주장이 억지 논리라고 주장한다. 이경석 전라남도 어선어업팀장은 “홍어는 해류성 어종으로 서해안 남쪽에서 북쪽을 오가는데, 중간 지역인 전북에서 제한 없이 홍어를 잡아 어획량이 많은 것”이라며 “허용어획량을 배정할 때 60%는 기존 방식(3년 평균 어획량 80%, 어선 수 20%)대로 하고 나머지 40%는 홍어를 정해진 양만큼만 잡아온 전남, 인천에 우선 배정할 수 있도록 해수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중앙수산자원관리위원회에서 총어획량을 정하면 이달 말 지역별 어획량 비율과 어선 규모 등을 고려해 물량을 배정할 계획이다.
어민들은 총허용어획량 적용 지역 확대를 반기면서도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흑산도에서 홍어 조업을 하는 이상수 신안수협 비상임이사는 “1990년대 초반에 홍어가 줄어 흑산도 홍어잡이배 30척이 1척으로 줄어든 적이 있어, 갖은 노력 끝에 최근에야 정상치를 회복했다”며 “이번에 해수부가 근해 자망(수중 고정식 그물)도 허용했는데, 자망은 치어도 가리지 않고 잡을 수 있어 어족 자원 보호를 위해선 주낙(미끼 없는 바늘)만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물로 홍어를 잡는 전북 어선들과 달리, 흑산도 어선들은 오랫동안 주낙을 이용해 홍어를 잡아왔다.
김용희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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