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후 철길이 꾸며져 있는 전북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 신복마을 일대 시민쉼터에서 사람들이 가을 햇살을 받으며 걷고 있다. 박임근 기자
“여기가 그 공장 동네 팔복동이 맞아?” “어따, 잘해놨구먼. 젊은 애들이 좋아할 만해.”
지난 6일 오후에 찾은 전북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 신복마을 일대는 입소문을 듣고 구경 나온 시민들로 활기가 넘쳤다. 전주 1·2산업단지 주변에 자리잡은 이곳은 버려진 빈집을 고쳐 꾸민 음식점과 카페 4곳이 함께 모여 있다. 도로 옆 주차 공간은 넉넉했고, 철길 주변엔 벤치와 인공연못도 만들어져 사진을 찍고 휴식을 취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시민쉼터(수로원)에는 전주와 서울을 연결하는 열차편의 출발·도착 시간을 알리는 표지판과 함께 나들이객의 발걸음을 음식점과 카페로 안내하는 이정표가 서 있었다. 원래 산단 배후마을이었던 이곳의 음식점과 카페는 마을의 역사성을 드러내기 위해 나무(목공장), 바람(풍공장), 돌(석공장), 철(금공장)이란 소재에서 이름을 따와 가게 별칭을 만들었다. 카페에서 만난 최정희(49)씨는 “방송을 보고 친구들과 왔다. 예전엔 공장 주변이라 찾아오기가 꺼려졌는데, 마을 전체가 특색 있고 예쁘게 바뀌니 자꾸 찾게 된다”고 했다.
지난 6일 오후 간이역처럼 꾸며져 있는 전북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 신복마을 일대 시민쉼터에 열차시각표가 넘어가고 있다. 박임근 기자
팔복동 신복마을은 1960년대 전주에 1·2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노동자들의 집단 주거지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산업단지가 쇠퇴하고 노동자들이 떠나면서 마을도 쇠락의 길에 접어들었다. 팔복동 주민등록 인구수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7640명. 이 가운데 60살 이상 노령인구가 2880명으로 전체의 37.7%를 차지한다.
지난 6일 오후 철길이 꾸며져 있는 전북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 신복마을 일대 시민쉼터에서 점심을 먹고 나온 모녀가 걷고 있다. 박임근 기자
빈집이 늘면서 마을이 슬럼화될 우려가 커지자 전주시가 ‘빈집밀집구역 재생사업’에 착수했다. 2020년엔 국토교통부 도시재생사업에 응모해 사업지역으로 선정됐다. 재생사업은 2021년 시작돼 내년까지 이어지는데, 사업비는 국비 90억원을 포함한 159억원이다. 너무 낡고 구조가 부실해 리모델링이 어려운 집과 건물은 철거했고, 일부 토지는 매입했다. 건강생활지원센터, 작은도서관, 마을회관을 새로 짓고 골목길도 대대적으로 정비하게 된다. 지난해 10월부터 도시재생 전문 기업에 위탁해 마을 리모델링에 착수했다. 빈집 4곳을 선정한 뒤 2곳씩을 음식점과 카페로 꾸며 지난 7월 말 문을 열었다.
지난 6일 간이역처럼 꾸며진 전북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 시민쉼터에서 어린이 등이 철길을 걷고 있다. 박임근 기자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아형(39)씨는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있다. 친구들과 찾았던 젊은 친구들이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온다. 손님들이 기차역 느낌으로 꾸민 주변 환경 덕분에 여행 온 기분이 들어 좋다고 만족해한다”고 전했다.
마냥 반기는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주민들은 마을의 급격한 변신이 당혹스럽다고 한다. 주민 오아무개(70)씨는 “사람들이 찾아오니까 활력이 넘쳐 좋다는 주민들도 있는데, 번잡하고 시끄러워진데다 사생활 침해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단순한 지역정비 사업을 넘어 지역상권이 회복되고 주거지로서 활력을 되찾도록 후속 사업들을 세심하게 계획해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단 주변인 전북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 신복마을 일대가 빈집을 나무, 바람, 돌, 철 등을 소재로 리모델링해 음식점과 카페로 변신했다. 박임근 기자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