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이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올해 국정감사에서 외교부가 양금덕(94) 할머니를 대일 외교의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사실을 내비쳤다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단체의 지적이 나왔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시민모임)은 12일 성명을 내어 “외교부가 양 할머니의 서훈 문제를 강제동원 해법과 연결해 판단하겠다는 것은 ‘대일 굴욕외교’의 전형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국감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은 양 할머니의 서훈 수여 절차 재개 여부를 묻는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현재는 강제동원 관련해서 정부해법이 지금 이행되고 있는 그런 측면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김 의원이 “답변하신 것을 보면 행정적, 절차적 문제가 아니라 외교상 문제라는 것을 시인한 것 아니냐”라고 되묻자, 박 장관은 “그때는 일본에 대해 어떤 강제동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제시하기 전이었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다시 “국내에서 활동하는 내국인에게 인권위원회가 상을 주겠다는데 왜 외교적 문제이고, 왜 일본의 눈치를 봐야 하느냐”고 물었고, 박 장관은 “당연히 그 상 자체를 보고 판단해야겠지만 어떤 상황이나 시점에 대해서는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하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 저희의 입장”이라고 답변했다.
시민모임은 박 장관의 이날 발언에 대해 애초 외교부는 서훈 수여 반대 이유로 절차적 문제를 제기했지만 지금은 일본과의 관계 문제를 제기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시민모임은 성명에서 “양 할머니에 대한 서훈 보류 사태의 배경이 특별히 참작할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던 게 아니라 일본과의 관계가 불편할까 싶어 윤석열 정권이 지레 알아서 고개를 숙인 것”이라며 “1992년 첫 일본 소송을 시작으로 32년째 법정 투쟁을 벌이고 있는 양 할머니를 저자세 굴욕 외교를 위한 제물로 삼겠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비판했다.
시민모임은 “양 할머니의 인권상 서훈 문제는 외교적 판단 대상이 아니다”라며 “국가인권위원회가 엄격한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는 대한민국 인권상에 대해 외교부는 개입하지 말아라”고 촉구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30년간 일본 정부를 상대로 강제동원에 대한 사죄와 피해보상을 촉구한 공로를 인정해 양 할머니에게 지난해 12월 ‘세계 인권의 날’(12월10일) 기념식에서 인권상, 국민훈장 모란장을 서훈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외교부가 ‘사전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는 의견을 냈고 행정안전부는 국무회의에 안건으로 제출하지 않아 무산됐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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