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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습지 상류에 카누장? 영산·황룡강 개발안 발표 ‘시끌’

등록 2023-10-30 21:37수정 2023-10-30 21:54

강기정 광주시장 “광주 새로운 미래 비전”
환경단체 “장록습지 주변 환경훼손 우려”
2018년 4월 찍은 장록습지 모습. 뒤쪽으로 광주공항이 있다. 환경부 제공
2018년 4월 찍은 장록습지 모습. 뒤쪽으로 광주공항이 있다. 환경부 제공

강기정 광주시장의 핵심 공약 사업인 ‘영산강·황룡강 권역 와이 프로젝트’가 용역안이 나온 뒤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영산강 수질개선 방안과 강변 숲길 구상이 담긴 것에는 반응이 긍정적이지만, 장록국가습지 상류구간의 카누장 등 수상레저시설 설치 계획에 대해선 불필요한 토목사업이란 비판이 만만찮다.

30일 광주시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주 처음 공개한 ‘영산강 100리길, 와이 프로젝트’에는 영산강 물관리와 생태관광 거점 조성 등의 구상과 20개의 구체적인 사업이 담겨 있다. 와이 프로젝트는 “영산강을 중심으로 새로운 광주 미래 비전을 그리겠다”는 민선 8기 핵심 공약 사업으로, 영산강과 황룡강 합류 지점의 모양이 영문 와이(Y)자 형태인 것에서 착안해 이름을 붙였다.

와이 프로젝트에 따르면, 광주시는 영산강 수질 개선과 체험형 레저시설, 황룡강 수상레저시설, 걷고 싶은 강변 100리길 등을 추진하기 위해 2026년까지 3785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집라인 등 관광레포츠 사업엔 민자 유치도 검토한다는 게 광주시 구상이다.

하지만 생태·환경전문가들은 “와이 프로젝트는 생태가 빠진 사실상 토목사업”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광주시는 2030년까지 영산강 광신보~덕흥보(2㎞) 구간에 하상 여과시설과 습지 9곳을 추가로 보강해 수질을 2등급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과 함께, 상류인 북구 산동교 구간에는 1만㎡ 규모의 자연형 물놀이장과 인공서핑장을 짓는 등 대규모 놀이시설 등을 조성하려고 한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환경·생태 무늬를 띤 개발사업 위주인 점이 아쉽다. 물 이용계획 중심의 개발계획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26일 오전 시청 소회의실에서 ‘영산강 100리길, 와이 프로젝트’ 대시민 발표를 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26일 오전 시청 소회의실에서 ‘영산강 100리길, 와이 프로젝트’ 대시민 발표를 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영산강 중심의 미래도시 광주’라는 비전을 제시하기에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필순 광주시의원은 “영산강 수질 개선과 강변 숲길 조성, 마한문화권과의 연계 등 다층적으로 기획한 점이 눈에 띈다”면서도 “영산강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번영의 미래도시 비전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군공항 부지에 대한 구상이 빠졌다는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장록국가습지의 상류 구간에 각종 시설을 설치할 경우 하천 생태계가 훼손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선 광주전남녹색연합 상임대표는 “2008년에 4대강 사업으로 장록국가습지가 원시성을 상실한 뒤 자연성을 회복하는 데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자연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배후습지로 남겨둬야 할 하천 둔치에 물놀이장, 카누선착장, 클라이밍장과 하천 양안에 자전거도로, 테마정원 등을 조성한다는 것은 생태계 회복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광주시는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 보존과 개발의 균형을 찾아가겠다고 강조했다. 광주시 신활력추진본부 쪽은 “산동교의 각종 시설에는 수돗물을 공급할 예정이고, 시설에 사용된 물은 여과장치를 통해 배출하기 때문에 하류의 영산강 수질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장록국가습지 인근에 있는 송산유원지에는 과거 오리배를 띄웠는데, 카누는 오리배보다 훨씬 환경훼손 위험이 적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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