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폭력조직간 살인사건이 일어난 서울 뉴월드호텔 옛 모습. 광주지검 제공
1994년 서울 강남 뉴월드 호텔 조폭 살인사건 주범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12부(재판장 김상규)는 15일 살인·살인미수, 밀항단속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아무개(55)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서울 강서구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폭력조직 ‘영산파’ 조직원이었던 서씨는 1994년 12월4일 서울 삼성동 뉴월드호텔 앞에서 조직원 11명과 함께 광주 폭력조직 ‘신양파’ 조직원 2명을 살해하고 2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다.
당시 영산파 조직원들은 1991년 10월 영산파 두목 최아무개씨가 신양파 조직원 박아무개씨에게 살해당하자 보복 차원에서 조폭 결혼식에 참석한 신양파 조직원을 공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서씨 등은 박씨의 얼굴을 알지 못해 다른 신양파 조직원을 살해했다.
범행에 참여한 영산파 조직원들은 징역 5년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서씨는 중국으로 밀항했고 검찰은 기소 중지했다. 기소 중지 기간은 공소시효에 포함되지 않는다. 형사소송법에서 2007년 이전 발생한 살인죄 공소시효는 15년이다.
그러나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한 서씨는 지난해 3월 중국 선양 영사관에 자수하고 국내로 입국했다. 서씨는 살인죄 공소시효가 끝난 뒤인 2016년에 밀항했다고 거짓 진술해 같은 해 11월 밀항단속법 위반 혐의로만 송치됐다. 하지만, 검찰은 서씨가 2003년 밀항해 공소시효가 중단됐고 2015년 7월31일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살인죄 공소시효가 폐지되며 살인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결혼식 하객을 보복대상으로 오인해 무자비하게 찔러 비난 가능성이 높고 계획 범행, 범행의 대담성과 잔혹성을 고려할 때 죄책이 매우 무겁다”며 “범행 후 처벌을 피하기 위해 외국으로 상당 기간 밀항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엄벌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서씨와 함께 도주했던 조직원 정아무개씨는 올해 7월26일 공개수배된 뒤 8월11일 서울의 한 숙박업소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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