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5억원의 이른바 ‘황제노역’으로 공분을 샀던 허재호(77) 전 대주그룹 회장의 첫 재판이 10월로 두달 연기됐다. 조세포탈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허 전 회장이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뒤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송각엽)는 10월25일 오전 10시30분 302호 법정에서 차명주식을 처분한 뒤 양도세 5억원을 포탈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로 기소된 허 전 회장에 대한 공판기일을 연다. 허 전 회장의 첫 공판기일은 28일이었으나 두달 뒤로 연기됐다. 광주지법 쪽은 “허 전 회장이 변호인을 통해 건강상의 이유로 진단서를 첨부해 공판기일 연기 신청을 해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허 전 회장은 2014년 9월 조세포탈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허 전 회장은 2015년 1월 국세청의 처분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지만 최근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허 전 회장은 당시 양도세 포탈 금액이 5억원 미만이라고 주장했고, 검찰은 탈세 금액이 5억원 미만일 경우 공소시효가 5년이어서 기소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기소 여부 판단을 미루기도 했다. 허 전 회장은 2015년 7월 검찰이 참고인 중지 결정을 내린 틈을 타 뉴질랜드로 출국한 뒤에도 서울지방국세청을 상대로 양도소득세 부과처분을 취소하라고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최근 항소심에서 패소해 ‘사면초가’ 상태로 몰렸다.
허 전 회장은 다음 공판기일에 피고인으로 참석해야 하지만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허 전 회장 변호인 쪽은 이날 “허 전 회장이 장기간 치료를 받아 장시간 비행기를 타기가 어려워 공판기일(28일) 연기를 신청했다. 다음 공판기일에도 출석할 수 있을지 불명확하다”고 밝혔다. 광주지법 쪽은 “일반적으로 피고인이 재판에 나오지 않으면 구인영장 또는 구속영장 발부도 가능하다”고만 밝혔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